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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원과 생명, 특히 인간을 탄생시킨 진화의 오묘한 조화는 과학자 뿐만이 아니고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다. 지구와 같이 생명이 존재하는 또 다른 행성이 있을까?
최근 과학자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론은 우주의 기원과 물질의 이해와 맛 물려 있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적인 힘이라고 믿어지는 만유인력, 전자기력, 그리고 원자를 이루는 소립자간 힘들이 존재한다. 만약 이러한 힘들이 조금만, 아니 아주 조금만 달라졌더라도, 지금과 같은 지구의 생명은 존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생명우주관(anthropic theory)을 만들었다.
만약 만유인력이 0.1%만 달랐어도, 지구의 공기에 탄소가 없고, 물이 남아 있지 않았으며, 따라서 탄소동화작용이 없으며, 이를 섭취하는 인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 많은 천체의 별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 그리고 소립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힘 모두가 지구에 생명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가에서 추앙받는 위대한 깨달은 자 중 중국 당나라 시대에 방거사가 있다. 향엄 선사의 절에 머물렀다 떠나는 날 아침이다. 떠나보내는 아쉬움으로 향엄 스님은 제자 10여명을 배웅 보냈는데, 마침 눈이 오고 있었다. 내리는 눈을 보면서 수퍼스타 방거사가 한 말씀이다. “어느 눈송이 하나도 다른 곳에 떨어지지 않는구나” 옆의 제자 중 한명이 그러면 어디로 떨어집니까 하고 물었다가 주먹 한 대를 얻어 맞는다. 벽암록이라고 옛 선문답을 모아둔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흔히 선문답은 우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설명을 불허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세익스피어의 소네트보다도 더 장엄한 인간과 우주의 조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를 발견한다.
눈송이가 떨어진다. 눈송이가 땅의 한 지점으로 떨어지는 것이 의미 없는 한 가지 사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인은 눈의 순백에서 원초의 흔적을 느끼기도 하고, 과학자는 눈이 가지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결정체를 현미경 아래서 발견하기도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공기에 먼지가 없었다면, 인간은 존재할 수 있을까.
먼지가 태양 빛을 흡수함에 의해서 지구 표면에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이 가장 많이 남았으며,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나뭇잎은 빨간색을 흡수하는 대신, 초록색을 반사하고 있다. 우리가 초록색을 좋아하는 것은 식물에게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생존한 수백 만 년의 진화의 흔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먼지가 없었다면 우리의 생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눈송이 하나가 만들어지고, 바로 그 자리에 떨어지는 것 하나까지도 우리 생명, 아니 무생물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방거사의 선문답은 이러한 생물우주관과 하나가 된 자의 위대한 소네트라고 할 것이다.
눈 오는 날, 이유 없이 마음이 들뜨고 불안해질 때, 방거사의 눈을 생각하면서 이 눈이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 일까하고 물어보자. 다른 무엇으로 느껴진다면, 그렇게 느끼는 자는 누구인가를 곰곰이 되 물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