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부침개, 탄국…설날 상다리가 부러지게 올라오는 음식들이지만 아이들은 몇 입 먹다말고 남기곤 한다. 대신 입맛 까다로운 요즘 아이들은 세뱃돈을 털어 과자나 사탕, 콜라, 햄버거 등을 군것질하며 설 연휴를 보내기 일쑤다. 유난히 긴 올해 설 연휴동안, 집에 있는 재료로 아이들 입맛에 맞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간식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선재 스님(선재사찰음식연구원장)이 ‘사찰 어린이 간식’ 요리법을 알려준다.
“스님, 야채로만 전을 부치는데 맛있어요? 왜 고기는 안 들어가요?”
지난 1월 30일 서울 법련사에서 열린 ‘사찰 어린이 간식 만들기’ 시간. 올망졸망 모인 50여 명의 아이들은 애호박냉이전을 준비하는 선재 스님에게 호기심이 가득 어린 질문을 던진다. 스님은 빙긋이 웃으며 “음식에 꼭 고기가 들어가야 맛있는 건 아니지”라고 대답한다.
스님은 애호박을 반으로 갈라 한쪽은 곱게 채 썰어놓고, 남은 애호박은 굵은 강판에 갈아 준비해둔다. 냉이도 깨끗하게 씻어 송송 썰어 놓으니 준비가 끝났다.
손질한 애호박에 밀가루를 넣어 찰 지게 반죽하고 중간 중간 소금으로 간한다. 마지막으로 냉이를 조심스럽게 반죽과 섞는다. “이때 냉이 특유의 풋내가 나지 않도록 살살 섞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냉이 냄새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서 전이 익기 시작하자 고소한 냄새가 퍼지고, 아이들은 침을 꼴깍 삼킨다.
한쪽 면이 익은 전 위에 고명으로 고추를 얹어 노릇노릇하게 지지자 여기저기서 “스님! 저 주세요~” “저도 주세요~”라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제일 먼저 애호박냉이전을 먹은 김혜양(11)양은 “야채는 잘 안 먹었는데 이렇게 먹으니까 느끼하지 않고 맛있어서 신기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주면 매일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조희진(10)양도 거든다.
이날 참석한 주부 조미일(47·서울시 안국동)씨는 “구하기 쉬운 재료들이라서 연휴동안 식구들과 다 같이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며 조리법을 꼼꼼히 메모한다.
선재 스님은 “자극적인 것만 먹으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약이 되는 음식을 먹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보니 사찰음식으로 간식 만드는 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김밥 하나를 만들어도 햄이나 계란 대신 아이 두뇌발달을 돕는 두부를 튀겨 넣거나, 호박이나 무처럼 담백하고 칼로리가 낮은 야채로 전을 부쳐 느끼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스님이 추천하는 사찰 간식의 특징이다.
“가족이 다함께 설날 차례상에 올리고 남은 무, 호박, 두부 등으로 간식거리를 만들며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아이에겐 색다른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퓨전 두부김밥
재료: 쌀, 다시마, 김, 두부, 우엉, 당근, 시금치, 단무지, 식용유, 들기름, 참기름, 간장, 조청, 소금, 통깨
1. 두부는 굵고 길게 썰어 소금을 뿌려 물기를 빼고 170℃의 식용유에서 노릇하게 두 번 튀긴다.
2. 채 썬 우엉은 들기름을 두르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간장과 조청을 넣어 졸인다.
3. 당근은 가늘게 채 썰어 소금간하며 기름에 살짝 볶는다.
4. 시금치는 끓는 물에 데친 뒤 소금, 참기름과 함께 무치고, 단무지도 준비한다.
5. 쌀에 다시마를 넣고 밥을 지어 소금, 참기름, 통깨로 간을 한 뒤 김 위에 얇게 펴고 김밥을 싼다.
△무전
재료: 무, 밀가루, 소금, 식용유, 사과초고추장(사과, 고추장, 식초, 통깨)
1. 무를 곱게 채 썰어 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2. 무에 물기가 생기면 밀가루를 넣어 되직하게 반죽하여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 숟갈씩 떠서 전을 부친다.
3. 사과초고추장: 사과를 강판에 갈아 고추장, 식초, 통깨를 넣어 초고추장을 만든다.
4. 무전에 초고추장을 얹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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