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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도자기·고고자료·석조미술품·장신구 등 176건 433점, 서적 163부 852권, 체신자료 20건 등의 초라한 반환성과를 올린 채 막을 내린 한일협정 문화재반환협정의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 채 협상 과정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문화재반환협상 문서 왜 빠졌나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청구권 관련된 것들로 제한됐다. 그 이유는 이번 공개의 직접적인 사유가 징용피해자의 개인청구권 소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외교문서 공개요구 소송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미쯔비시중공업에 징용됐다 피폭된 한국인 6명은 징용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미쯔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000년 5월 부산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일본정부는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주장, 개인청구권 소멸 여부가 재판의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원고 측은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외교문서공개를 요청했고, 외교통상부는 ‘정보공개법의 예외조항과 외교부 규칙’을 들어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2002년 100여명의 피해자들은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외교문서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제소했고, 지난해 승소판결을 받아내 1월 17일 161건 가운데 청구권 관련된 5건이 공개됐다.
◇어떤 내용이 공개됐나
공개된 문서 가운데 문화재반환협상 관련된 내용으로는 1965년 3월 31일 주일대사가 국무총리에게 보냈던 전보(JAW-03723)가 유일하다.
전보에는 “‘청구권으로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한다는 한국의 입장’과 ‘권리는 부인하지만 문화협력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재를 인도하겠다는 일본의 입장’에 차이가 있으나 명백한 해결점을 찾지 못했으니, 향후 구체적 교섭에 있어서 아(我)측이 권리주장을 강하게 내세울 수 없을지 모르니 양해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협정 체결 직전까지 양국의 입장차이가 극명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한·일문화재반환협상 무엇이 문제인가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한일협정조약은 한일기본조약과 네 개의 부속협정조약을 포함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일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이다. 이 협정은 일본이 부속서에 열거된 문화재를 대한민국 정부에 ‘인도’할 것과 일본정부는 민간이 소유한 문화재의 자발적인 기증을 권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부속서의 목록은 중요문화재나 국보는 한 점도 포함되지 않은 빈약한 것이었고, 사유문화재 또한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일본으로 반출된 모든 문화재 반환을 주장해온 한국측 입장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일본 측이 60년 제시한 문화재 3원칙(1.국유문화재는 원칙적으로 돌려준다. 2.사유문화재는 인도할 수 없다. 3.문화재를 인도하는 것은 정치적·문화적 고려에기초한 것이지 법률적 의무에 토대한 것이 아니다.)이 관철된 것이다.
또 ‘반환’이 아닌 ‘인도’라는 표현을 택한 것 또한 호의로 증여하는 것이라는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이도성 씨의 회고록<실록 박정희와 한일회담>에 따르면 64년 11월말까지만 해도 정부는 “1905년 이래 불법부당하게 일본으로 반출된 모든 일본 국유 및 사유의 한국문화재를 반환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문화재 협정은 정치 논리에 따라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문위원으로 협상에 참가한 황수영 박사도 “협상에서의 방침은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협정 체결에 돌파구를 연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종필-오히라(方平) 회담은 문화재 협정 결과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당시 일본 측은 김-오히라 메모로써 한국문화재에 대한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한 데 반해, 한국 측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화재 청구권에 대한 해석은 향후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3만4천여 점(정부 추정, 10만여점이라는 설도 있음)에 달하는 한국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는 법적 근거로서 매우 중요하다.
◇문서 공개의 필요성
한일문화재 협정의 성격을 분명히 이해하고, 문화재청구권 소멸 여부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관련 외교문서가 공개돼야 한다. 현재 알려진 협정 및 일부 관련 사항만으로는 이론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한일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에서 명시된 ‘부속서에 열거된 문화재’가 아닌 경우에 대한 반환 문제를 검토하고, 일본의 약탈상을 파악하는 데도 외교문서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그러한 협상자료들은 궁극적으로 재협상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해외유출문화재를 돌려받는 방법으로는 기증, 매입, 정부간 협상을 통한 반환 등이 있다. 일본이 근대에 수탈해간 문화재만도 수만점이 돼 이들을 돌려받는 데는 정부간 협상이 아니고서는 합리적인 대안을 세우기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을 통한 반환 노력이 가시화된 것은 없다.
협상을 통한 반환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외교문서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해 협상 근거를 확보하고 협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한·일문화재 반환협상은 냉전과 경제의 논리에 미국의 압력까지 작용해서 그릇된 방향으로 진행된 불평등조약이다”며 “외교문서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보(JAW-03723) 전문
연 JAW-03716.
연호 전문 제5항의 문화재문제에 관하여는 일측 주장은 김·오히라 메모에 의하여 한국이 일본에 대하여 한국문화재 인도를 청구하는 권리가 소멸됐다는 주장인 바 아측은 김·오히라 메모에 관한 양해는 한국문화재청구권이 소멸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따라서 금번 이외무장관과 시이나 외상간의 청구권에 관한 합의사항문안 제5항하에서는 한일간의 청구권이 전반적으로 완전히 소멸하고 해결된다는 일반적인 원칙에 합의하고 한국문화재청구권을 제6항으로서 해결하자는 타협안을 합의하였읍니다.
제6항이 가지는 의의는 어디까지나 한국문화재청구권이 존재한다는 견지에서 “문화재문제해결”이라는 용어를 삽입하되 일본국으로서는 또한 문화협력을 증진한다는 견지에서 일본국이 대한민국에 한국문화재를 인도하겠다는 입장임을 밝힌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국문화재 인도에 관한 기초적인 원리가 한국이 청구권으로서 권리행사를하겠다는 입장과 일본은 권리의 존재자체는 부인하나 문화협력의 일환으로서 한국문화재를 인도하겠다는 쌍방의 기본적 자세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 양자의 견해차이를 근본적으로 명백히 해결하지 못하고 문화재 문제에 관한 이·시이나 양해사항의 문화재에 관한 제5항과 같은 표현으로 타협이 된 것이오니 결과적으로는 문화재인도에 관한 구체적 교섭에있어서 아측이 일본측의 우호적인 협조를 촉구하고 권리주장을 강하게 내세울 수 없을런지 모르겠다는 것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