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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으로 살펴본 티베트의학
기획연재 티베트의학 산책

김재일 한국티베트의학원장
티베트의학의 특징은 실로 다양하다. 지난 회에는 주로 티베트의학의 전체 성격과 질병관, 그리고 약재나 약성에 관한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티베트의학에는 그런 의· 약학 본질적인 특성 외에도 사회경제적으로 기대되는 의·약학 외적 부수효과 또한 적지 않다.


◆ 약값이 싸서 저비용 의학이다
티베트의약은 대부분 지역에 분포한 동·식물종을 쓰고, 생산에 특별히 고가의 장비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약값이 매우 싸서 가난한 사람도 별 부담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보석류가 들어가는 약들은 물론 조금 비싸다. 그러나 그런 약은 보통 난치성 질환과 불치병에 쓰기 때문에 따져보면 결국 경제적으로 실익이 더 크다.


◆ 환경을 보호 한다
티베트 의약재들은 대부분 산이나 들판에서 채취한다. 그래서 티베트 의사들은 약재의 보고인 산과 들을 정성으로 돌보며 가꾼다. 공기 좋고 물 맑은 무공해 환경이야말로 티베트의학의 천혜의 자산이자 기본 요건인 것이다.


10) 제조공정이 단순하고 수익은 공동으로 분배 한다
약의 제조에 어떤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의사가 직접 약을 조제해 쓴다. 제약공장이 있기도 하나 첨단 기술이나 장비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역효과나 부작용만 없애 먹기 좋고 소화· 흡수가 쉬우며 역가 높고 보존이 편하도록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약제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익을 나누어 생계를 꾸려간다.


◆ 적극적인 건강을 강조 한다
티베트의학은 치료에 있어서도 예방의학적 성격이 강하다. 티베트 전통의사들 역시 다른 의학에서와 같이 병든 환자를 치료하게 된다. 그러나 티베트의학의 주된 목표는 병을 예방하고 적극적인 건강을 보존· 증진하는 것이다. 티베트 고전의서에는 밤· 낮 절기별로 지켜야 할 다양한 양생법과 생활수칙들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 식이(diet)를 중시한다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예방하기 위해 티베트의학에서는 음식을 중시한다. 식습관이 바르면 약을 많이 쓰지 않고도 병이 치유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제 아무리 명약을 써도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티베트 전통의사들은 약과 함께 섭취해야 할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의 종류를 꼭 같이 처방한다.


◆ 소우주와 대우주의 상호 의존적 인체관
티베트의학은 인체를 대우주의 축소판으로 생각한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삼라만상이 사람에게서도 일어나고 사람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은 우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진언(mantras)이나 주문의 위력(효험)과 비의가 숨어있는 것이다.


◆ 업(karma)에 대한 믿음
불교는 과거 전생과 사후 내생의 존재를 믿는다. 전생의 행업은 그 생에서 일부 소멸되고, 전생에 쌓은 업(karma)이라는 행업의 일부는 현생으로 이월되어 난치성 질환과 불치병을 일으키게 된다고 믿는다. 그런 병에 걸린 환자는 통상적인 치료법으로는 별 효험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종교 의식 같은 특수한 치료법을 처방한다.


◆ 과학, 철학 및 종교의 일원화
마지막으로, 티베트 전통의학은 과학 철학 종교가 한데 어우러진 통학문의 체계이다. 세 분야 중 어느 한 부분만 빠져도 다른 두 분야가 완전성에 흠을 입게 된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종교적 신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종교는 불교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나 환자 모두 각자 자신이 믿는 종교에 따라 종교적인 삶을 꾸려가야 한다.

지금까지 티베트의학의 다양한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여러 면에서 다른 전승의학과 공유하는 특징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학이 지닌 독특한 가치는 역시 불교와 절묘하게 유합된 점이다. 특히 업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학의 목표와 지평을 영적 건강성으로까지 격상시킨 안목이야말로 어느 전승의학에도 유래가 없는 티베트의학만의 수승한 경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재일(아주대 교수·한국티베트의학원장) | |
2005-01-28 오전 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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