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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미니강원인 동학사 강원(강주 일초)이 1월 26일 제42회 졸업식을 강설전에서 개최했다. 총무원장 법장 스님을 비롯해 제방강원 관계자등 종단 중진 비구ㆍ비구니스님들을 비롯해 사부대중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강주 일초 스님이 수정 명선 보련 경진 행오 도일 법송 스님 등 7명의 전강제자들에게 부처님의 전법안장을 부촉하는 제3회 전강식을 겸해 열렸다.
4년간 엄격한 강원 교육을 통해 출가 수행자로서 위의를 갖추고 정식 스님으로 거듭나려 하는 42명 사미니들을 축하하는 자리지만, 이날 졸업식도 여기저기서 옷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광경이 연출됐다. 졸업생들을 위한 당부의 마음을 담은 강주(학장) 스님의 법문과 송사와 답사가 이어지면서 감정을 이기지 못한 일부 스님들과 신도들의 숙연 모습은 세속의 졸업식과 마찬가지였다.
아래는 졸업을 맞는 사미니들의 애잔한 마음을 담은 졸업생 대표 진엽 스님의 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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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동학의 골짜기 저 안쪽 겨울의 끝자락서 불어오는 칼칼한 바람에 유난히도, 코끝이 시려오는 오늘입니다. 이별이라거나, 헤어짐이라는 말은 쓰지 않을 까 합니다.
왜냐하면, 누가가 촉촉해지고 가슴이 저려오면, 바람 때문이라고, 바람이 차서 눈물이 나는 거라고 괜시리 바람 탓만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강원이라는 둥지를 떠나, 서툰 날갯짓을 하려고 하니 어설프기만 하고, 한편으로는 다가올 새로움에 숨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4년이란 시간 동안 좋았던 일과, 아파했던 수많았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모두들 가슴속에 각기 다른 그림으로 그려져 있겠지만 이젠 서로들에게 그리움으로 남겨질 일만 남은 듯합니다.
막내 치문반 아우들이 새로운 아우들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사집반 아우들과 금강반 아우들이 잘해낼 수 있을지, 다 잘 해내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지만 걱정이 앞서는 이 마음은 형의 마음인가 봅니다.
저희들의 마음이 이러한데, 어른 스님 보시기에 저희들이 얼마나 걱정이 될는지 말씀해 주시지 않아도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먼저 손 내밀어 잡아주고, 모든 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한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눈빛이 맑은 그리고 영혼이 맑은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저희들이 있는 곳마다 불법의 향기로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화엄경 마지막 논강시간, 학장스님께서 해 주셨던 말씀과 주지스님 말씀, 여러 어른스님들께서 당부 해 주셨던 말씀을 꼭꼭 새겨 잊지 않도록 기억 한켠에 달아 놓겠습니다.
새싹이 움터 오르고, 초록이 우거질때 푸르른 빛으로 두려움이 없는 동학의 모습들, 알록달록 단풍진 숲 사이서 들려오던 함성소리를, 하얀 눈 머리에 이고 당당히 서있던 문필봉을 기억하겠습니다. 함께했던 아우들과 어른 스님들과의 추억들도 함께 말입니다.
아우님들! 매순간 순간 놓치지 말고 마을을 다잡아 최선을 다하는 수행자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학장스님! 주지스님! 그리고 어른스님!
저희들 당당한 동학인으로서 올곧게 부처님 뜻 거스르지 않고 어른 스님 가르침 잘 따라 열심히 수행정진 할 것을 감히 이 자리를 빌어 약속드리겠습니다.
4년이란 값진 시간, 눈에 익고 정든 도량, 매일 보았던 얼굴들이 저희들을 잠 못 이뤄, 뒤척이게 할 것 같습니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잘 보듬고 다독거려 여여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어른스님 감사합니다. 아우님들 고맙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마다 이 소중했던 인연들을 생각하며,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 그날까지 저희들은 잠시 물러나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불기 2549년 1월 26일
졸업생 대표 진엽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