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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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사랑의 가르침, <부처와 테러리스트>


‘불자 테러리스트’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불성(佛性)이 있고,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부처님
앙굴리말라의 교화과정을 통해 폭력을 해결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 자비와 사랑이라는 가르침을 전하는 <부처와 테러리스트>
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자신을 여러 번 해치려 한 데바닷다나 999명의 선량한 사람을 죽인 앙굴리말라 조차 제자로 받아들임으로써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셨다.

하지만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것을 ‘성전(聖戰)’이란 말로 미화한다. <부처와 테러리스트>는 앙굴리말라라는 난폭한 살인마의 교화과정을 통해 폭력을 해결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 자비와 사랑이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시대나 경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하지만, 앙굴리말라의 일화는 잔혹한 살인마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수행자로 거듭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들을 죽이고 손가락을 잘라 목걸이로 만들어 매고 다니는 앙굴리말라는 교활한 살인마이자 살아있는 ‘악’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부처님은 앙굴리말라의 두려움과 무지, 번뇌를 깨우쳐주고 제자로 받아들인다.

“앙굴리말라여. 나는 그대가 귀족과 부자와 권력자의 손에 고통 받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억압은 억압에 의해 끝날 수 없다. 불이 났는데 불을 더 끌어 붓는다 해서 꺼지는 것이 아니다. 무자비는 자비로, 증오는 사랑으로, 불의는 용서로 극복해야 한다. 증오와 폭력을 멈추어라. 그것이 진정한 멈춤이다.”

지은이는 이 일화를 통해 우리 시대에 보편적으로 내재된 폭력의 근원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는 폭력의 근원은 두려움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극복하고 폭력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앙굴리말라를 감화시킨 부처님이나 교화된 앙굴리말라는 진심으로 믿고 살려주는 사비티 왕국의 파세나다 왕,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 원수를 용서해 주는 수자타 그리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참회하는 앙굴리말라 등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은 폭력이 아니고, 증오와 폭력의 길을 택한 앙굴리말라를 교화시킨 것은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그재그 선>의 저자인 앨런 헌트 바디너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유럽과 호주, 인도에는 앙굴리말라의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교화 프로그램이 있다”며 “이는 내면의 두려움을 직시함으로써 자신과 남을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책을 지은 사티쉬 쿠마르는 1936년 인도 라자스탄에서 태어나 9살의 나이로 자이나교 승려가 되었으나 18살이 되던 해 승려의 길 대신 불가촉천민들을 위한 토지개혁운동에 참가한다. 73년부터 영국에 정착해 살고 있으며 91년 세계적인 생태교육기관인 슈마허 칼리지를 설립하는데 참여하는 등 생태적이고 영적인 교육에 힘쓰고 있다.


<부처와 테러리스트>(사타쉬 투마르 지음, 이한중 옮김, 달팽이, 6천5백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1-26 오전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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