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자리에서 체릭 대주교가 “20년 전 한국에 있었을 때 등산을 좋아해 많은 사찰을 방문했었다. 그 때 많은 스님들을 뵐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자 법장 스님은 “앞으로는 사찰과 스님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한국불교의 진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체릭 대주교가 또 “20년 전에 비해 한국과 한국불교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자 법장 스님은 “불교가 바뀐 것이 아니라 생활이 바뀐 것이다. 불교는 3천년 전이나 현재나 같다. 왜냐하면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목적은 잘살기 위한 것이다. 잘사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번뇌나 시비를 없애는 것이다. 나만 즐거워서는 안 되고 너와 내가 똑같이 즐거워야 한다.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수행해야 한다. 체릭 대주교는 한국에서 불교 겉모양만 봤지 깊은 내면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관을 둘러보는 것과 영화관에 직접 들어가 영화를 보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체릭 대주교가 “모든 종교는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믿을 때 수행과 영성이 필요하다”며 동감을 나타내자 법장 스님은 “믿음은 본인이 스스로 믿는 것이다. 상대를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것 또한 본인의 생각이다. 이것이 인간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라며 유일신을 믿는 가톨릭과 스스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와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 ||||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체릭 대주교는 잠시 곤혹스런 표정을 짓다가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몸으로 와 우리와 함께 살면서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우리도 그를 따르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법장 스님이 “모든 종교는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지만 시비와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부처님은 욕심을 버리라고 가르쳤다. 욕심을 버리면 모두가 자유스러워진다”며 불교와 가톨릭이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길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체릭 대주교는 “예수님도 같은 가르침을 가르쳤다. 가톨릭과 불교는 기본교리에서 같은 부분이 많다”고 동감을 나타내며 인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