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은 스물 두 명의 후반생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포기하고 말았을 나이에 인생의 꽃을 뒤늦게 피운 사람들, 인생의 절반을 산 다음 변신을 꾀해 성공한 사람들, 좌절과 굴욕을 딛고 일어서 후반생을 개척한 사람들,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져 삶을 전환한 사람들, 평생 도전 정신을 불태우며 자신의 뜻을 실현한 사람들, 세속을 멀리하고 공명을 물리친 사람들 등이다.
일찍이 정치에 뜻을 두었지만 쉰이 넘어서야 노나라에 등용된 공자같은 이는 ‘인생을 늦게 꽃피운 사람들’에 속한다. 이름난 책사에서 천하의 거부로 이름을 날린 범려, 날카로운 책사에서 후덕한 재상이 된 진평 같은 경우는 ‘산뜻하게 삶을 바꾼 사람들’ 이다. 또 궁형을 자처해 사형을 면하고 불후의 명작 <사기>를 남긴 사마천은 ‘좌절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 밖에 어리석은 유장을 끌어내고 유비를 새로운 영주로 맞이한 법정은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중 특히 돼지를 키우며 마흔이 넘어 공부를 시작해 여든 가까운 나이에 승상이 된 제나라 사람 공손홍의 이야기는 감명깊게 전해진다. 그는 젊은 시절 지역의 옥리였으나 죄를 짓고 관직에서 물러난 뒤로 돼지를 길러 생계를 꾸렸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서부터 ‘춘추의 잡설’을 공부해 조정 박사로 임명됐다. 학문에 뜻을 둔지 20년이 지나서다. 그러나 무제의 미움을 사 낙향하고, 또 다시 인고의 세월을 10여년 보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한 그는 마침내 문관의 최고위직인 승상에 올랐다. 인생이란 늙바탕에 들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보인 대표적인 경우다. 평생 도전정신으로 살아간다면 그 삶은 성공할 수 밖에 없다. 동진의 명장 도간이 두드러진 예다. 지방출신으로 중앙관리가 된 도간은 모함을 받아 좌천되지만 조금도 굴하지 않고 더욱 분발해 미래의 길을 열어간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00장의 기와를 날라 지붕에 올렸다.
“왜 일부러 이런 힘든 일을 하십니까?”라고 부하들이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언젠가 다시 중앙으로 불려갔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체력이 떨어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지 않느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 그는 이처럼 성실하고 도전적인 삶을 살았기에 훗날 ‘동진의 기둥’이라 불릴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은 하나같이 인생의 내리막길을 황혼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첫새벽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인생의 지도를 그려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결코 노욕(老慾)이나 노추(老醜)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고난과 좌절을 딛고 역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갔다. 이들의 인생을 살펴보면서, 인생의 후반부를 멋지게 살기 위한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 ‘남자의 후반생’
모리야 히로시 지음/양억관 옮김
푸른숲/1만1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