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저 명성입니다. 문 좀 열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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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여름 방문 때는 지율 스님이 미리 알고 피신하는 바람에 정작 대면도 못한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른 비구니 스님들은 지율 스님의 이런 행동을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해 했지만, 정작 명성 스님은 “지율 스님 문제는 종단 비구니의 일이라, 누구보다 내가 더 애가 타고 안타까운데 너무 그러지 말라”며 주변 스님들을 자제시켰다.
명성 스님은 이날 총무원 문화부장 성정 스님 등과 함께 지율 스님이 묵었던 처소 창문아래서 애타게 지율 스님을 불렀다. 골목에는 살을 에는 듯, 사나운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몇 차례 ‘지율 스님’을 불러서야 기어이 조그마한 창문이 열렸다. 이윽고 비구니 스님들이 좁은 지율 스님의 처소로 들어가 마주 앉았다. 한국 비구니계의 최고 어른과 지율 스님의 대면이 시작 된 것이다.
지율 스님은 오랜 단식으로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또렷한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이런 기백과 정신이라면 선방에서 용맹정진해 견성성불도 이루겠다. 이제 그만 됐으니 단식을 멈추시라” 명성 스님의 만류에도 지율 스님은 묵묵부답.
다시 명성 스님은 "이런 방법만 고수 하지 말고 달리 방법을 찾자”고 호소 했고, 지율 스님은 또박 또박 “(저는)죽지 않습니다”라고 대꾸 했다. 명성 스님은 내쳐 “죽으면 가만 안둔다”다고 되받았다. “가만히 두라”는 지율 스님과 “마음을 돌려 달라”는 명성 스님의 간곡한 대화는 한참을 계속됐다.
명성 스님은 이번 면담에서 종단과 총무원에 대한 원망을 거두라는 말을 여러 차례 전했다고 한다. 지율 스님의 대화 속에는 종단과 총무원에 대한 서운함이 자주 베어 있더라는 것이다. 이는 천성산 관통도로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강경함이 총무원 관계자들의 묵인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지율 스님의 인식 때문이다. 명성 스님은 “지율 스님의 뜻과 정신은 존중하지만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사태를 몰아가는 것은 못마땅하다”고 했다. 명성 스님 역시 종단의 어른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은 여느 스님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와 우리사회의 대응방식에 대해서도 몹시 못마땅해 했다. 명성 스님은 “정부가 천성산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마땅히 (지율 스님과 국민들에게)사과하고, 환경영향 평가의 재실시 등을 비롯해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수행자를 희생시키려 해서는 안된다”며 분노했다.
한편, 1월 24일 조계사에서 열린 ‘지율 스님과 생명평화를 위한 종교인 참회 및 단식 성명발표’에는 전국비구니회를 대표해 부회장 정덕 스님이 참가 했으며, 2월 1일 오후 1시에 비상임원회의를 열어 지율 스님 문제에 대한 비구니회 차원의 대안 마련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