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1월 17일 서울행정법원이 ‘간척 사업의 용도와 개발 범위를 먼저 결정하고 환경 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실시하라’는 ‘조정권고안’을 내 놓은 것이다. 1991년 11월 착공 이래 14년 세월과 1조7483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얻은 결과란 게 ‘곰곰이 잘 따져보고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혈세를 바다에 버린 꼴이 됐다. 어처구니없을 만큼 허탈한 결과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사실상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정부의 무책임한 국책 사업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들린다. 이에 대해 농림부에서는 처음부터 ‘농지’라고 명시해 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용도 특정’이냐며 불만을 드러낸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문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쌀이 남아돌아 현재 110만ha의 논 면적을 80만ha까지 줄여도 상관없고, 더군다나 국제 무역환경은 의무적으로 쌀 수입을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림부는 ‘식량안보’ 운운하며 농지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설득력은 커 보이지 않는다. 진정 식량안보가 걱정스러우면 농촌살리기와 휴경농지에 대한 대책부터 내 놓아야 한다. 농업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 이보다 더 절실한 ‘식량위기’가 어디 있는가.
다음으로 따져볼 문제는 국책사업으로서의 타당성 문제이다. 국책사업이란 무엇인가. 사업의 이익이 특정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국민 다수의 이익에 부합될 때 비로소 ‘국책’으로서의 정당성을 얻게 된다. ‘갯벌 보전’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갯벌 보전’과 ‘전북 경제 활성화’가 상충되지 않는, 2003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대로 ‘농지보다 더 생산적인 용도’를 찾아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환경단체의 ‘부분개발안’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혈세 낭비 문제다. 정부와 개발론자들은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얼만데’라는 논리를 펴지만, 본전이 아까워 수렁에 빠지고 마는 도박중독자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세금을 아끼는 길은 현상태에서 간척지를 축소하고 갯벌을 살리는 길이다. 방조제 공사 외 내부 간척 공사까지 고려하면 공정 진행률은 50%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시화호’의 교훈은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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