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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우리나라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각종고시를 비롯한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학력기재란 을 철폐한다고 발표했다. 잘한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그 효과는 대단히 크지 않다. 다만 학벌위주사회풍토를 적극적으로 시정해 보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사실 공무원 임용시험은 객관식 시험 위주의 출제를 하고 컴퓨터로 채점한다. 객관식 시험 응시과정, 채점과정에서는 개인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고시의 경우 2차 시험인 주관식 시험에서도 이름을 가리고 채점하기 때문에 누가 응시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고시 3차 면접시험과정에서만 개인신상이 드러나는데 면접고사는 한 사람이 결정한다기 보다 개별면접, 집단면접 등의 여러 면접 과정이 있고, 질문도 수험생의 인격, 근무자세, 가치관, 도덕성의 기준 등을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공무원 응시원서의 학력철폐는 잘한 일이긴 하지만 그 효과가 대단하다고 볼 수 없다.
최근에 공무원 사회가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과거의 평가 방식이 상당한 진화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든다면,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도입으로 승진?보수에 개인의 실적과 성과를 반영시키고 있다. 근무성적평가도 과거 상관의 일방적인 평가에서 탈퇴하여 다면평가제라 하여 동료, 부하 등의 평가 제도를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고시임용이라는 경직된 제도를 보완시키기 위해 개방형 직위제, 직위공모제 도입 등으로 내부승진만으로 이루어지던 관행을 흔들고 있다.
정부의 인사제도 개혁은 정부조직내의 행정문화를 변화시킨다. 정부의 행정문화는 민간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굳어진 학력 평가 인식을 시정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학력철폐조치, 메리트 시스템에 의한 인사관리 등을 해도 역시 결과는 이런 일련의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때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무원 임용시험에서의 학력기재란을 철폐한 것은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학력 맹신신조를 시정하고자 하고 고육지책으로 인식 하면서 앞으로 공직사회의 능률성, 민주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첫째, 전정부적(全政府的) 인적자원ㆍ활용의 극대화이다. 부처간의 경계를 넘어 인적자원을 활용하고 고위공무원의 이동성을 현실적으로 확보하고 개방화시켜야 한다.
둘째, 직무특성이나 전문성을 기초로 한 인력관리를 해야 한다. 아마추어에 의한 행정이 아니라 프로에 의한 행정을 국민은 바라고 있다. 대학시절 우수했던 사람이 공무원에 들어가 20년 이상 근무한 후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사고가 경직되고 가치관이 낡아있는지 모르겠다는 어느 친구의 푸념을 귀담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