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처소를 옮긴 지율 스님이 단식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스님은 또 정부 당국의 무성의한 대응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 스님의 한 측근은 "천성산 문제와 관련한 정부당국자들의 발언이 계속 나오면서 스님이 대단히 실망한 것 같다"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반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1월 2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현 정부가 생명 앞에서 얼마나 더 오만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이제라도 정부는 지율스님의 요구를 받아들여 천성산 고속철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민주노동당 성명서 전문.
지율스님 단식 87일에 부쳐
오늘로 지율스님 단식이 87일째를 맞는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지율스님과 천성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지난 금요일부터 광화문에서는 촛불집회가 진행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지율스님을 걱정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지금은 서울을 비롯해 청주, 광주, 대구, 부산, 양산, 원주, 인천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촛불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행정으로 한 생명이 꺼져감에도 정부는 더 이상 줄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으며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관련 장차관들이 찾아가 지율스님을 말려야 한다며 지율스님만 단식을 끝내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현 정부가 생명 앞에서 얼마나 더 오만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제라도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지율스님이 4차례에 이르는 200일이 넘는 단식에 요구사항은 단 한가지, ‘천성산 고속철 터널공사에 대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하는 것’,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지율스님의 요구를 받아들여 천성산 고속철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상생의 길이다.
민주노동당은 지율스님과 천성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촛불문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100만 마리 도롱뇽 접기 운동을 7만 당원 모두에게 확산하는 실천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에서도 지율스님을 살리는 길에 동참하여 생명의 공명이 더욱 큰 흐름으로 이어져 전사회적으로 ‘초록의 공명’이 더 넓고 깊게 증폭되길 바란다.
우리는 40만이 넘는 도롱뇽의 친구들과, 매일 촛불을 밝히는 국민, 생명을 사랑하는 어린 눈망울로부터 희망을 보며 지율스님이 단식을 중단하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 민주노동당은 하루하루 늘어나는 촛불이 메말라 버린 우리시대의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온 나라에 전파할 것이라 믿으며 지율스님이 그 한복판에 생명의 수를 놓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디 단식을 중단하고 생명을 보존하여 그 길에 함께 하길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1월 21일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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