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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일째다. 몸은 이미 기력을 다했다. 움푹 페인 눈에서 생명이 꺼져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사람들은 꺼질 듯 타오르는 촛불을 들고 거리에 모였다.
“천성산과 지율 스님을 살리기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시민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면 지율 스님에게 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눈과 비가 겨울 삭풍에 섞여 몰아친 1월 18일 저녁.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100여명의 시민이 손수 만든 모형 도롱뇽과 피켓을 가지고 모이기 시작한다.
집에 들어가다 도롱뇽을 보고 발길을 멈춘 아이 엄마는 “지율 스님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가 나중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침통한 표정이다. 선우(8)도 엄마의 말을 알아들은 듯 “도롱뇽도 살리고 지율 스님도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촛불을 들었다.
작년 여름 58일간 단식을 진행할 때, 스님 곁을 지켰던 부산청년환경센터 이동환 사무국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너무 죄송해서 아직도 스님을 찾아 뵙지 못했다”는 이국장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넘어 연민마저 느껴진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서 동시에 열린 ‘지율 스님과 천성산을 살리기 위한 촛불문화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래와 발언으로 이어졌다.
지난 여름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주말마다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공연을 했던 랩그룹 ‘실버라이닝’은 “이 추운 겨울에 다시 여러분들 앞에서 공연하게 될 줄 몰랐다”며 ‘천성산 Let it be'(천성산을 그대로 두라)를 힘차게 불렀다. 외국인노동자 크리스티앵씨도 “생명에 대한 사람들의 천박한 인식이 천성산과 지율 스님을 죽이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민주노동당 하현호 최고위원은 “생명과 평화의 세기라고 하는 이 시점에서 생명을 파괴하고 짓밟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무대책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는 어서 빨리 지율 스님의 외침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서운 추위에 맞서며 진행된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은 지율 스님과 천성산을 살리는 날까지 촛불을 들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