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팔상전과 금산사 미륵전 가운데 어느 전각이 더 높을까? 국보 제11호 은해사거조암극락전과 같은 맞배지붕 양식의 전각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사찰 전각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한번쯤 가져볼 만한 질문들이다. 이 같은 궁금증들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포스터가 최근 제작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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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대웅전, 봉정사 극락전 등 대표적인 불교 고건축물 입면도(불단을 향할 때 보이는 정면)를 정리해 도표화한 포스터 <한국의 전통건축-불교건축편>이 그것이다.
한양대 한동수 교수가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제작했다. 조계종성보문화재위원이기도 한 한 교수는 “1960년대 이후 많은 실측조사가 이뤄져 왔으나 이에 대한 정리는 미흡했다”고 판단, 일목요연하게 조망할 수 있는 포스터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포스터는 전지 사이즈 두 장으로 구성됐다. 한 장은 주요 전각 58점의 입면도를 연대순으로 배치해 건축양식 변천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했고, 다른 한 장은 지붕 양식 순으로 배열해 전각들 간의 지붕양식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동일한 척도(1/300)를 적용했기 때문에 입면도만으로 전각들의 실제 크기를 가늠하고, 서로 비교할 수도 있다. 시각 자료인 만큼 텍스트 중심의 상세한 설명은 생략됐다.
포스터에 수록된 58개의 전각은 △창건·중창 연대가 명확할 것 △국보 또는 보물일 것 △신뢰성 있는 실측도면 확보가 가능할 것 등의 기준에 의거 선정됐다. 실측도면은 문화재청이나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을 통해 구했으며, CAD로 제작돼 있지 않은 도면은 일일이 스캔해서 수정작업을 거쳤다.
작업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재정문제. 여러 곳에 도움을 청해봤지만, 해결책이 없어 자체적으로 비용을 조달했다. 자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이 같은 작업을 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 한 교수는 “고건축은 용어가 어려워 전문가나 돼야 이해하는 데다 일상생활과 유리된 건축물이다 보니 일반인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까워 만들게 됐다”며 “문화재 이해를 돕기 위한 이 같은 작업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02-2290-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