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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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생태철학 주제 박사학위 논문 1호 나왔다
동국대 선학과 서재영 씨, '선(禪)의 생태철학 연구'

서재영 씨.
불교생태철학을 주제로 다룬 첫 박사학위 논문이 동국대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학술지 등에 발표된 단편적인 논문은 많았으나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인데다, 동국대가 불교생태철학으로 특성화를 추진하는 마당에 나온 것이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국대 선학과 서재영 씨는 <선(禪)의 생태철학 연구>에서 선(禪)사상의 생태학적 측면을 집중 조명, 이로부터 불교생태철학의 사상적 근거를 마련하고 생태위기에 대한 불교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이 논문은 “생태파괴야 말로 생명에 대한 어떤 범죄행위보다 심각한 위협이며, 이에 대한 해답을 불살생과 자비를 최고의 실천윤리로 삼는 불교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연구 결실이다.

서 씨에게 불교생태철학은 불교의 현재적 의의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현대의 담론에 동참하고 사상적 원천을 제공함으로써 불교가 더 이상 ‘과거의 전통’이 아닌 ‘삶에 기여’하는 본래적 전통으로 돌아감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 씨는 생태위기의 불교적 대안을 선사상에서 찾았다. 선사상에는 “초기불교 사상이나 불교일반의 교의에 담긴 내용들보다 훨씬 풍부한 생태적 전통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선사상에는 생명의 위계성이 나타나지 않고 초목성불(草木成佛), 무정설법(無情說法)과 같이 무정물에까지도 생명력을 부여하는 등 생태학적 사유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는 것.

이와 관련된 근거를 서 씨는 <능가사자기>를 비롯해 <경덕전등록> <조당집> <조주록> <백장록> 등의 선전(禪典)에서 찾아냈다. 선어록에는 선사들의 자연과 공존하며 소욕지족(所欲知足)하는 삶이 생생하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선사들 삶 속에서 동물들은 반려자로 인식되고, 법을 설하는 주체로서 절대적 존엄성을 갖는 존재로 간주된다. 영명연수 스님(永明延壽·904-975)이 하루 한 끼의 공양을 하며 60일만에 <법화경>을 암송하자 염소무리가 감동해 무릎을 꿇고 앉아 들었다는 이야기나, 현사사비 스님(玄沙師備·835-908)이 제비 새끼 우는 소리를 들으며 “실상을 깊이 논하고 법요를 훌륭하게 설명 하는구나”고 말한 이야기 등이 그 예.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학적 수사 내지는 상징이 풍부하게 담겨 있는 선어록을 근거 텍스트로 삼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서 씨는 “선사의 행장 가운데 이 같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선종 사유 속에 인간과 동물은 도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에 절대적 존엄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며 “개인의 설화가 아니라 선종의 인식체계로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충분한 타당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서 씨는 선사상의 자연관을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니라는 불이사상으로 요약하며 “대지와 자연의 모든 존재들은 인간과 동일한 법성을 지닌 존재라는 이 같은 인식은 자연파괴가 도덕적으로 부당함을 주장하는 데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태철학에서는 실천의 문제가 중요한데 논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해 아쉽다는 서 씨는 앞으로 옛 선사들이 보여준 소욕지족하는 삶을 재해석해서 현대인들이 구체적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01-21 오후 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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