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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정신의 '불교적인 효' 가득
1월 28일 개원하는 용주사 효행박물관


부모은중경판을 관람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박재완기자
박물관에 가면 유형의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에 녹아있는 무형의 사상과 가치를 읽어내는 것은 철저히 관람자의 몫이다. 그래서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갖고 설립된 테마박물관의 ‘유물과 그 정신을 잇는 작업’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화성 용주사(주지 정락)는 ‘효’를 주제로 한 70여 평 규모의 ‘효행박물관(관장 보승)’을 1월 28일 개관한다. 정조의 효심으로 건립된 용주사의 역사적 특성과 그 안에 스민 정신을 관람자들에게 전시유물로써 오롯이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효심(孝心)’을 ‘불심(佛心)’과 접목해 ‘불교적인 효’를 제시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그렇다면, 그 박물관 안에는 어떤 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대표적인 전시유물은 역시 ‘불설부모은중경판’이다. <불설부모은중경>은 부처님이 제자 아난에게 부모님의 은혜를 설하는 내용을 담은 경전으로, 자비정신의
효행박물관장 보승 스님. 사진=박재완기자
바탕이 되는 효심을 강조한 것이다. 경전내용과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낸 변상도가 함께 제작되는 것이 통례라 다양한 양식의 판본이 전국 곳곳에 남아있지만, 용주사 경판의 경우 정조가 효심으로 직접 제작해 하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조는 보경당 사일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에 대한 설법을 듣고, 뒤주에 갇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마음으로 경판을 만들었다. 특히 변상도의 경우 다른 판본이 이야기의 배경만 간략히 표현한 것과는 달리,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누구의 작품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홍도 작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조가 자신의 불심과 효심을 바탕으로 직접 지은 게송 ‘어제 화산용주사봉불기복게(御製花山龍珠寺奉佛氣腹偈)’의 원본과 목판도 눈길을 끈다. 정조는 “절은 현륭원의 재궁(齋宮)으로 건립했습니다. 소자(정조)는 팔만 사천 법문의 경의(經義)를 베껴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삼가 게어(偈語)를 지어 삼업(三業)의 공양을 본받아 은혜에 보답하는 복전을 짓습니다”라며 기복게를 짓는 취지를 밝혔다. 또한 “부모에게는 길러주신 은혜가 있으니 공경으로써 공양하면 이것이 바로 보은의 길”이라며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을 드러내고 있다.


용주사 효행박물관 내부. 사진=박재완기자


이밖에도 정조 관련 왕실 유물도 진열대에 오른다. 사도세자와 그의 비 혜경궁 홍씨의 위패를 봉안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목조감실(81x223cm)’, 사도세자의 묘소에 성묘하며 거행된 행사를 그린 ‘화성능행도(華城陵行圖)’, 정조가 하사한 왕실 금동ㆍ청동 향로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국보 제 120호로 지정된 범종, 보물 제 1095호로 지정된 봉림사(용주사 말사) 목조아미타불좌상 복장전적 등 용주사와 용주사 말사에서 모은 총50여 점의 유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같은 전시 유물들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아이들이 <부모은중경>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각ㆍ청각적 효과를 동원한 ‘아이글래스 시스템’, 용주사 사찰문화재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담아 보여주는 ‘매직비젼’, 대웅보전의 삼세불 후불탱화를 모사한 문양을 형광등 빛으로 발광시킨 ‘삼세불 후불탱화 와이드 칼라’ 등이 갖춰져 있다. 또한 탁본 실습공간을 마련해 <부모은중경> 인경 실습을 비롯, 범종문양 등 아름다운 문양을 탁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용주사 효행박물관장 보승 스님은 “박물관은 유물을 보호ㆍ전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물관람을 통한 ‘교육’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며 “문화재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효심과 불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사회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031)234-0040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5-01-20 오후 2:58:00
 
한마디
이게뭐야
(2006-04-24 오후 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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