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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한 가지에서 나왔다고 하기엔 너무도 다른 모습의 불교를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어렵다’고 여기는 이유 중 하나는 불교가 각 시대나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불교의 숱한 갈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불교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는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를 알아야 하고, 인도를 알기 위해서는 인도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다양성’이라는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지리조건과 기후, 인종, 언어, 종교, 풍습에 있어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함을 간직하고 있는 인도가 바로 불교의 토양이기 때문이다.
정순일 교수(원광대)는 “많은 사람들은 불교를 현학적인 철학 혹은 기복신앙으로 치부하거나 특정한 수행방편에 치우쳐 불교수행의 큰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의 역사적 흐름을 짚어보는 <인도불교사상사>를 펴냈다.
그렇다면 왜 책의 제목은 ‘인도불교사’가 아닌 ‘인도불교사상사’일까? 단순한 역사적 흐름만을 짚어보는 것이 아니라 불교가 태동하고 발전하다 소멸하는 역사적 과정을 따라 형성되는 교학(敎學)의 핵심을 짚어보는데 이 책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정 교수는 불교가 다양한 모습으로 각 나라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음을 중시하는 합리성과 이에 바탕을 둔 포용성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포용력으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적응하고 새로운 사상을 꽃피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의 적응력과 포용력은 불교가 힌두이즘에 녹아들 수 있는 여지가 되었고, 자신의 출발점을 상실하고 힌두의 늪에 빠져들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어 인도에서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정 교수는 주장한다.
불교의 형성과 발전, 쇠퇴라는 일련의 과정을 책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11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책은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고대 인도의 종교와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와 사상, 그 사상의 변천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아 불교의 흐름과 기본 이념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 <인도불교사상사>(정순일 지음, 운주사,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