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겨레신문사 종교담당 기자 조연현씨(42)가 2003년 9월부터 인도에서 보낸 1년간은 자기반성과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그 결실을 묶은 것이 이번에 출간한 <영혼의 순례자-신만이 사는 땅, 인도 오지에 가다>다.
이 책은 일종의 인도 오지 체험 기행문이다. 지은이는 각 종교의 주요 사원을 돌고 그곳에 있는 성직자 들을 만나면서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의 역사와 사상, 교리를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붓다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과연 힌두교는 포용의 종교인가’, ‘시크교는 화합의 종교인가’, ‘아힘사를 내세우는 자이나교는 비폭력 종교인가’ 하는 물음과 답을 찾는 종교 순례기이기도 하다.
뿌연 안개가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인도로 처음 떠날 때 지은이의 머릿속 화두는 ‘영혼이 살아 숨쉬는 그곳의 삶과 사람들은 어떨까’였다. 그래서 그는 요즘도 산적들이 득실거린다는 비하르주를 비롯해 북부 끝 히말라야의 스피티 지역과 가로왈 지역에서 최남단 케냐쿠마리까지 오지의 사찰과 아쉬람(수행공동체)을 샅샅이 훑었다. 대부분 소, 돼지, 걸인 등이 거리를 헤매는 오지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의 만행은 고행이라고 느낄 정도로 험난했다.
| ||||
실제로 시크교도에게는 사기를 당하기도 했으며, 산사태로 길이 끊어져 천길 낭떠러지 아래를 굽어보며 목적지까지 기어가기도 했다. 척박한 고산지대에서는 뼈마디 쑤시는 고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때 그의 입에서는 티베트불교의 고승 아티샤 대사의 <입보리행론> 한 구절이 흘러나온다.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오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이타심에서 오네.”
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드가야 위파사나센터에서는 새끼 도마뱀들과 동고동락(?) 했다. 또 여행중 배낭속에 있던 꿀물이 새는 바람에 개미떼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런 고생을 여행에서 흔히 만나는 해프닝이나 무용담의 소재로 치부해 버리지 않았다. 도마뱀들 때문에 밤새 잠을 설쳤지만, 이들이 모기와 독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나마 가졌던 도마뱀에 대한 원망을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했다.
티베트의 망명정부 다람살라에서는 그 곳에 유독 많은 개와 원숭이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또한 번 생각한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지만 극한 상황에서도 마치 싸우는 것처럼 페인트 모션을 쓸 뿐 피터지게 싸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전쟁을 일삼고 죽고 죽이는 것을 서슴없이 하는 인간에게 그만한 금도라도 있다면…”하고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또한 이 책에는 지은이가 신을 닮은 사람들을 만난 기쁨도 들어있다. 간디,
| ||||
특히 “‘증오하고 화를 내는 것’과 ‘자비심을 내는 것’ 중에 어떤 것이 유익한 것인지, 우리는 유익한 쪽을 택해야 되지 않겠느냐. 또 많은 이들이 수행을 한다고 하고, 오체투지를 수만번 한다하더라도 누군가를 대할 때 평화롭게 미소지을 수 없다면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하는 달라이 라마의 법문은 만행을 끝낸 지금까지도 지은이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 숨쉰다. 지은이는 생각한다. 깨달음은 인도나 히말라야에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내안에 있는 것이란걸.
한편 ‘신만이 사는 땅’, ‘신을 닮은 사람들’을 담은 80여 컷의 사진들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인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 글맛을 돋워주는 애피타이저 역할을 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사진들은 내 조그만 카메라가 아수라의 눈물을 진주로 토해낸 것”이라는 말에서 이번 사진들에 대한 그의 애착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책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화려하거나 매혹적인 장면은 많지 않지만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어 책 장을 쉽게 넘기지 못하게 만든다.
■ 영혼의 순례자
조연현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9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