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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정문화재 푸대접, 더이상 안 된다
불화ㆍ전적류 습기ㆍ해충에 노출, 건축물 보수 뒷전

김천 직지사 자하문. 측면 공포를 연결한 부재가 부러져 있다.

보존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비지정이라는 이유로 많은 문화재가 원형을 잃어가고 있어 비지정문화재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단장 성정, 이하 조사단)의 대전·충남지역사찰 동산문화재 일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7천714점 가운데 지정문화재는 국보 9점, 보물 49점 등 218점에 불과하다. 절대 다수의 문화재가 ‘비지정’ 상태로 외면당하는 실정인 셈이다. 조사단은 이들 비지정문화재 가운데 보존가치가 높은 154건 2천458점을 지정관리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존 최고(最古) 목불일 가능성이 밝혀지며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개심사아미타불좌상(12~3세기 추정)조차도 비지정문화재라는 사실만 봐도 지정 여부가 곧 문화재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님은 단박에 알 수 있다.

동산문화재 가운데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불화나 전적·경판류. 습기와 해충에 취약한 불화·전적·경판은 대개 상태가 좋지 않아 멀쩡한 것이 오히려 드물 정도다. 많은 불화가 습기나 곰팡이 또는 향과 촛불로 인한 그을음과 촛농으로 본래의 빛깔을 잃어가고 있다. 또 경판은 판각(경판고)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사찰에서 한 곳에 쌓아두는 식으로 보관하고 있어 썩거나 해충과 쥐로 인한 손상이 심각하다.

건조문화재의 경우에도 사정은
공주 대원암 칠성도 습기로 인해 불화의 색상이 훼손돼 흉한 모습이다.
다르지 않다. 법당 등의 주요건축물은 지정된 사례가 많지만 요사채나 루, 일주문 등은 중요성이 간과돼 충분한 가치에 반해 지정된 경우가 드물다. 직지사 자하문이 대표적인 예다. 직지사 자하문은 구조기법과 조성미가 탁월하고 이른 시기(17세기)에 세워져 대표성을 띠는 일주문임에도 지정되지 못한 탓에 푸대접을 받고 있다. 측면 공포 연결 부재가 꺾여 평방 위 귀포가 바깥쪽으로 쏠리고 있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 태안사 만세루 또한 창방이 부러져 서까래가 처져 있는 상황임에도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창방은 맞배집에서 특히 중요한 부재로서, 이것이 부러지면 건물이 한쪽으로 일그러져 붕괴까지도 우려된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보수 예산은 지정문화재에만 집중되고 있다. 비지정문화재는 지정문화재의 ‘주변정비’ 차원에서 공사가 이뤄지거나 전통사찰 지원비 명목으로, 현실적인 보수비에 미치지 못하는 예산지원이 거의 전부다. 따라서 원형보존에 대한 관심은 희박하기 마련이고,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예도 잦다.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의 관리소홀을 악용하는 사찰도 있다. 비지정문화재는 공사 시행에 제약이 적다는 점을 이용, 보존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물어버리고 크게만 지어 사역(寺域)을 망가뜨리는 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는 ‘불사’를 위해 지정을 기피한다는 말까지도 있다.

이처럼
곡성 태안사 보제루. 창방 가운데 부분이 부러져 휘어진 듯 보인다.
비지정문화재가 시련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화재청 차원의 보존대책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문화재청 한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지정문화재 중심으로 관리하고, 비지정문화재 관리는 지자체의 의무로 돼 있어, 지자체가 자체적인 조례를 제정해 비지정문화재를 관리하고 있다”며 “가치 있는 문화재에 대한 지정확대를 통해 지정문화재로서 관리하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안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현재 동산문화재에 한해 조계종문화유산조사발굴단이 시행중인 사찰문화재일제조사 외에도 금년 중으로 건조문화재 일제조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지정확대가 하나의 대안이기는 하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계종 한 관계자는 “지정 절차가 복잡해 조치를 필요로 하는 모든 문화재에 적용되기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돼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지정 여부를 떠나 문화재 관리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의식을 갖고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국가차원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익순 기자 |
2005-01-15 오후 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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