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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겨진 선조의 지혜<한국의 석조문화>
<한국의 석조문화>
2004년 6월, 강원 고성군 건봉사 내 능파교(보물 제1336호)가 보수공사 도중 무너졌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은 최근 기단부 암석의 균열과 광물질 성분이 녹아내리는 백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부여 정림사터 오층석탑과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 무량사 오층석탑 등도 한국문화재보존학회의 석조문화재 조사결과 5등급의 위험 판정을 받았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지난해 12월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공학이 발달했다 해도 자연의 리듬에 맞추는 노하우는 과거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토 어디서나 석조문화재를 만날 수 있음에도 왜 ‘자연의 리듬에 맞춰’ 돌을 다루는 솜씨는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혹시 오늘을 사는 우리가 돌과 자연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찰과 탑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소재구 학예연구사는 “오늘날의 과학문명 속에서 우리는 과거 너무나 친숙했던 돌의 문화와 창조적 안목과 기술을 모두 잃어버렸다”며 “하지만 우리 주변에 돌이 존재하는 한 돌의 문화는 계속될 것이며, 돌에 대한 옛 정취를 음미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욱 성숙된 돌의 미학(美學)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발간된 <한국의 석조문화>는 암각화
백제 석조미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서산마애삼존불
남근석 돌장승 석불 석탑 석축 돌다리 고인돌 등 우리 석조문화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2000년 도서출판 다른세상에서 출간된 <돌의 미를 찾아서>와 <징검다리 건너 석정에 오르다>를 합본해 새롭게 펴낸 것이다.

돌은 때로는 초월적인 상징물로, 때로는 웅장하고 세련된 조형물로, 때로는 아름다운 조각 예술품으로 이 땅 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으로 남겨졌다. 쓰임새와 모양새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 석조문화재 속에는 선조들의 한결같은 삶에 대한 염원이 응결돼 있다.

문자 이전 시대에 살았던 인간들의 원초적 상상력이 펼쳐져 있는 암각화와 종족보존과 풍요로운 삶에 대한 염원을 상징하는 남근석, 여유와 해학이 담긴 돌장승 등은 생활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반영해 왔다. ‘원시시대의 산물’로 치부되기 쉬운 고인돌도, 100톤 이상의 돌을 운반하고 세우기 위해 의상소통이 원활하고 지휘체계가 잡힌 조직사회에서 만들어졌음을 생각한다면 결코 간단치 않은 의미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석불이나 석탑에는 ‘불국토’를 염원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부처님을 새긴 불상이나 부처님을 모신 석탑을 향한 인간의 정성과 간절함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을 것이다.

“석불은 불교적인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조성 당시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정서가 담겨 있다. 석불에서 민족의 애환과 숨결을 느끼게 되는 것은, 진리의 입체물인 석불에 민족의 정신과 자아실현의 가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신앙의식을 연구하고 있는 박정근 씨(세종대박물관 특별연구원)와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박호원 씨, 국립중앙박물관 곽독성, 소재구 씨 등 소장학자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를 맡아 집필했다. 다양한 석조문화에 담긴 선조들의 정신세계와 이 석조문화의 탄생 배경, 제작방식, 미학적 의의, 시대별 변화상, 분포지 등을 알기 쉽게 풀어썼다. 지은이들은 석조문화를 통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고자 한 우리 조상들의 원초적 생명과 그 생명을 향한 희망의 미학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1-13 오전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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