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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해일 피해를 당한 지역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해변휴양지들이 산재해 있어 다수의 우리 국민들을 포함한 외국인 휴가객들의 희생이 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의 가로등에는 검은 리본이 달려 있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이 우리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부실한 대응 체계, 그리고 총체적 무능 앞에 우리 국민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마디로 우왕좌왕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휴가 중에 당한 사고이니 정부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식의 무책임까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인식인가?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조직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는 정부의 구태의연함에 다시 한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좁은 지구촌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세계에 살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공간적으로 또 상징적으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 발생하는 어떤 재해 상황이건, 우리 국민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 차원의 해외 재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재난 관리 체계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우선 재난에 대한 예방 기능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안전 상황에 관한 예보 혹은 정보제공 기능은 이의 일부이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NHK의 ‘해외안전 정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각 지역의 안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자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 홍보의 체계적 노력이 행해져야 한다. 다음으로, 재해 발생시 자국민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재난 지역에서의 적절한 대응 및 신속한 소개를 포함한 사후적 안전 대책과 구호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재난 관리 체계가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 당국자들의 의식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국민 개개인이나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의 조직들도 해외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 홍보의 체계적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소위 압축적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고 그 결과 경제규모로만 보아서는 세계 주요국가 중의 하나가 되었다. 지난 몇 년간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이제 다시 성장의 엔진을 돌려야 할 뿐 아니라 동시에 그 경제적 외형에 걸맞는 내실을 갖추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해외 재난 관리 체계는 그 한 요소이다. 문화적 위상을 갖춘 국가, 자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가, 타국민들의 인정을 받는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외적 내실을 갖추는 데에 있어서도 선진국들의 시스템을 배우고 우리 국민들의 요구를 존중하며 세계화의 틀 속에서 압축성장을 다시 한번 시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