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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두컴컴한데 불이라도 밝히시지요.”
“괜찮아요.”
“정월 초하루인데 왜 이렇게 글을 쓰십니까.”
“아, 누가 절을 짓는다고 글씨를 3백장 써달라는데 아직 반도 못썼어.”
누군가 포교나 불사를 위해 글씨를 부탁하면 “돈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니 글씨로라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며 ‘붓글씨 불사’를 마다하지 않으셨던 석주 스님. 김현준 불교신행연구원장이 지난해 11월 입적한 석주 스님의 일대기와 수행일화를 책으로 엮었다.
1909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23년 15살의 나이로 출가한 스님은 불교정화운동에 앞장선 것을 비롯해 동국역경원의 전신인 법보원 설립, 세 차례에 걸친 총무원장 역임, 어린이 청소년 포교 등 불교발전을 위한 숱한 발자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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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도인 석주 큰스님>은 2002년 석주 스님이 직접 들려준 수행담을 출가와 수행행적(1장 한결같은 수행정진), 불교정화와 역경ㆍ포교 활동(2장 중생교화의 세연), 제자들과 신도들에 얽힌 일화(3장 큰스님의 일화)로 나누어 엮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면 눈시울이 젖어드는’ 효성 깊은 아들의 모습과 아흔이 넘어서까지 손수 빨래를 하며 시자에게 “내 시봉보다는 공부에 마음을 두라”고 가르치는 자상한 스승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직접 구멍 난 양말을 기워 신고 속옷의 고무줄을 몇 번이나 새로 넣어 입었지만 “남들에게 줄 때는 더 좋은 것, 더 쓸만한 것을 줘야 한다”며 새 옷과 양말을 이웃돕기에 희사한 일 등을 통해 ‘안과 밖, 시작과 끝이 똑같은 스승’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