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보살입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끼리도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끊이질 않는 오늘날, 길희성(61) 서강대 명예교수의 ‘예수가 보살’이라는 명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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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 반평생 불교를 연구해온 ‘종교다원주의자’ 길희성 교수는 최근 출간한 <보살예수>에서 이 같은 ‘불교와 기독교의 창조적 만남’을 모색하고자 한다. 길 교수는 인간 붓다와 인간 예수, 열반과 하느님나라, 공(空)과 하느님, 자력과 타력 등 두 종교를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책은 지난해 초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주최한 일요신학강좌에서 ‘불교와 그리스도교’란 주제로 총 10회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예수님이야말로 자신의 이로움(自利)과 타인의 이로움(利他)을 동시에 추구하는 보살의 이상을 완벽하게 구현한 분입니다. 종교혼합주의라거나 불(不)신앙의 표현이라는 거센 비판을 무릅쓰고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단지 세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공부와 진지한 사색의 결과임을 확언합니다.”
길 교수의 ‘확언’은 자신의 학문적 행보를 통해서도 그 의미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기독교가 모태신앙인 길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 재학시절 故 김동화ㆍ이기영 교수의 강의를 듣고 불교와 인연을 맺은 후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다. 70년대 초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선(禪)사상을 연구하기 위해 송광사에 머물며 참선을 경험하기도 했던 길 교수는 서강대에서 20여 년간 불교를 강의할 정도로 불교와 기독교의 활발한 대화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불교와 개신교는 물리적으로만 공존할 뿐, 정신적으로는 상호 무관심이나 무시 속에 병존하고 있다”는 점을 종교갈등의 도화선으로 지적한다. 두 종교가 서로간의 창조적 만남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사상을 심화할 소중한 기회를 놓친 채, ‘상호 무지’의 상태에만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 무지가 결국 종교갈 갈등과 대립을 낳기 전에, 종교간에 서로의 특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 평화와 지혜의 문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한 방법이라고 길 교수는 말한다.
길 교수는 책에서 “불교와 기독교는 서로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화합해야 하며, 이 만남은 사회정의나 평화운동, 환경운동 등 우리 사회의 공동선(共同善) 실천이나 사상적 이해의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심을 전제로 한 실천적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 <보살예수>(길희성 지음, 현암사, 8천5백원)
“불교와 개신교의 창조적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