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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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기업 되는 노하우 '불교적 마인드'에 있다
▥‘이타적 경영관’과 ‘올곧은 장인정신’이 불교경영의 고갱이
-고 장경호 회장의 동국제강


근대한국 불교기업하면 떠오르는 동국제강. 1954년 조그만 못을 만드는 공장에서 출발한 동국제강이 2004년 연매출 3조원 매해 540만 톤의 강철제품들을 생산하는 철강왕국으로 도약한 데는 故 장경호(1899~1975) 회장의 독특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 회장은
1975년 대원정사 이사회의 모습. 맨오른쪽이 장경호 회장.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이익을 나누면서 불교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두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장 회장은 27세 되는 해 통도사 동안거 결제에 동참한 후 “나는 상업에 종사해 크게 돈을 벌리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불교에 바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고 한다.

서원을 실천하기 위해 장 회장은 점심 한 끼 사먹는 일 없이, 용돈 한 푼 쓰는 일 없는 근검절약을 실천, 평생 모든 재산 33억원(현재 2천억원 규모)을 불교 중흥을 위해 쏟아 부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불교진흥원, 불교방송, (사)대원정사, 신행모임 대원회 등이다. 장 회장은 60대까지 매해 동안거를 사찰에서 보내며 참선과 정근에 몰두하는 한편, 평상시에도 아침, 저녁으로 참선을 하며 경영자이면서 수행자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장경호 회장의 수행자적인 삶은 동국제강만의 독특한 불교경영 방침을 만들어냈다. 사치품과 소모품에 치중하지 않고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 이기는 경영방식을 피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동국제강은 오로지 국가의 국민의 삶에 이익을 주는 좋은 철강제품을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 다른 일에 한 눈을 파는 법이 없었다.

장 회장은 다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전통은 오늘의 동국제강 속에서도 살아있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 경영관’과 잘 할 수 있는 분야 하나에만 집중한다는 올곧은 장인정신으로 이어졌으며, 노사가 따로 없이 구성원 모두가 주인정신으로 똘똘 뭉치는 노사공동경영방식을 새로운 기업문화로 창출해냈다.

동국제강 노사는 1991년 노동선언문을 만들어 ‘신노사문화’를 주도했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첨예한 노사문제를 겪던 94년 ‘항구적 무파업 선언’, 95년 국내 최초 무교섭 임금타결의 성과를 일구어냈다. 동국제강인들은 이런 동국제강의 노사문화를 ‘노사불이(勞使不二)’ 정신이라 표현한다. 이런 노력 끝에 동국제강은 유니언스틸, 국제통운, 동국해운, 국제종합기계 등을 거느린 철강전문 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 (주)DiD의 마음경영

‘전국시판 3년 만에 벽지부문 업계 1위, 전국20여개 언론사 히트상품 선정, 디자인 본고장 이태리 최고의 벽지회사에 디자인 수출, 2003년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대단위 소비자 조사결과 만족도 85.7’

1997년 설립한
DID 직원들이 아침 회의에 앞서 합장인사로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한국최초의 전문 벽지 및 인테리어 소재 전문 디자인 마케팅 회사 ㈜DiD. 자본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던 (주)DiD가 2005년 현재 매출 100억원대 중견기업 진입을 향해 달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모든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바로 ‘마음’이다. (주)DiD 성장의 핵심은 사원과 고객의 마음을 읽고 감동을 주는 ‘마음경영’에 있다. (주)DiD의 대표이사 허훈종 사장은 인과법을 믿으며,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서 가장 근본 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는 불자다. 허사장의 이런 마음경영은 기업경영의 핵심을 이루며 곳곳에서 드러난다.

(주)DiD는 먼저 고객의 마음을 중시했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 공급을 사명으로 삼고, 매출액의 20%를 디자인 브랜드 육성에 투자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에 디자이너와의 상담코너까지 마련했다. 당장의 득실만으로는 하기 어려운 지출. 그러나 이것이 오늘날 did의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누구나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허 사장은 모든 직원들에게도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과감한 권한 위임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주)DiD의 이런 경영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처리로 관리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왔고, 직원들에게는 주인의식과 애사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됐다.

(주)DiD의 마음경영은 열린 경영, 투명경영으로 이어져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객과 사원들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비밀이나 불합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주)DiD는 회사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경쟁회사가 알면 치명적일 수 있는 제품의 실시간 재고상황과 앞으로 출시될 디자인까지도. 기업에 다가올 손해보다 고객들의 활용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언론사 지정 히트상품을 나았다. 또 홈페이지에 오른 사장의 험담까지도 그대로 지켜보는 (주)DiD의 ‘열린 경영’은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사차원의 송년회도 없으며 굳이 별도의 화합을 유도할 필요가 없는 DiD만의 독특한 사풍을 만들고 있다.

현재 (주)DiD는 20여개월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인들의 주택 미니어처를 무상으로 공급하면서 삭막해지고 있는 가정과 사회에 웃음과 사랑을 불어 넣고 있다. 박희원 이사는 미니어처의 무상공급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DiD는 국민들에게 주는 기쁨과 사랑이 더 큰 득이라며 계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인 것은 틀림없지만 돈을 쫓아간다고 돈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면 이윤창출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 기업의 불교경영
-‘모든 상업 활동은 부처의 활동이다’


‘경영은 타인을 돕겠다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쿄세라 사 이나모리 쿠즈오 회장. 전화통신회사 DDI를 창업한 그가 최근 재계를 은퇴하고 입산출가한 일은, 일본 불자기업의 경영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모든 상업 활동은 부처의 활동’이라는 확신이 바로 일본 불자기업경영의 공통점이다.

이 같은 경영이념의 시작은 13세기 정토진종의 렌뇨(1415~1499) 스님이 주창한 ‘사업을 할 때는 부처의 일처럼 하라’는 불교노동관으로부터 비롯됐다.

이후 일본 기업들은 불교에서 경영이념을 찾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장 큰 민간은행인 후지은행의 설립자 야스다 젠지로 회장은 ‘정직과 신용, 친절’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삼았다. 당시 고리대금업자들과 달리 야스다 회장은 고객들을 공정하게 대우해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등을 두지 않는 경영방침을 펼쳤다. 누구든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이는 ‘아미타부처님의 눈에는 모든 인간이 근본적으로 평등하다’는 그의 자비관에서 출발한다. 즉 타인을 돕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야스다 회장의 신념은 결국 후지은행의 경영이념이 됐다.

‘동체자비’ 사상을 경영이념으로 한 기업가도 있다. 세계적인 정밀기계 제조회사인 미추토요 사를 설립한 누마타 예한 회장과 그의 일가가 그렇다. 지금 불교전도협회를 맡고 있는 예한 회장의 아들 누마타 도시히데 현 회장은 ‘타인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경영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또 스미토모 회사를 창립한 이바테이고 회장은 이윤추구의 불교적 해법을 선어록 등에서 찾았다. 물질과 정신적 풍요를 둘 다 누리면서 극단적인 이기심과 탐욕의 충동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선사상에서 얻었다.

특히 피할 수 없는 기업간 경쟁, 조직 내 화합을 불교정신으로 이끈 불자 기업도 있다. 세제 제조업체 카오 사를 창립한 마루타 카오 요시로는 경영자와 고용인의 관계를 ‘도반’이라 했고, 회사를 ‘도량’으로 여겼다. 또 소비자를 이롭게 하는 상품 연구활동이 곧 지혜를 계발하는 길로 믿었다. 뿐만 아니라 마루타는 세제, 화장품 제작기술을 경쟁 회사에게 공개, 전체적으로 공공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유도했다.


▥대만 기업의 불교경영
-‘자비와 지혜를 함께 굴린다(悲智雙運)’


불교적 마인드를 기업경영으로 도입한 대만 기업 대부분은 철저한 나눔경영을 실천한다는 특징이 있다. 까오슝의 불광산사, 화니엔의 자제공덕회 등 주요 불교단체에 정기적인 사회복지기금을 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통기업인 신꽝(新光)그룹 우똥시옌(吳棟玄) 회장은 대표적인 불교사회복지단체 자제공덕회에 매년 대만달러 1억원(한화 35억 상당)을 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또 전자제품 기업인 똥셩(東昇)TV 사는 1999년에 일어난 9.21 대만대지진 사태 당시, 재난민들에게 가전제품을 기증했다.

이렇게 나눔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은 사회와 동떨어져 살 수 없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중국신탁상업은행의 경우, 지난 1984년부터 20년간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2만명의 아동들에게 1억6천만원(한화 56억원)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이윤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와 소비자간 믿음을 더욱 확고히 했다.

이러한 대만 불자기업들의 불교적 경영철학은 다양한 사회책임경영으로 이어졌다. 지난 1987년 결성된 영동연의회(榮董聯誼會)는 대만불자 기업가 80여 명이 모여 자연재난, 사회복지기금 조성 등 앞장서고 있다. 이 단체는 매년 대만달러 1백만원(한화 3천5백만원)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기업체들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신꽝그룹을 비롯해 굴지의 대만 불자기업경영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불교사상의 경영이념 도입은 대만 내 기업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불자기업의 경우, 정책결정은 물론 불교의식의 정례화, 직장 내 수행단체 구성 등 불교가 기업경영전반에 작용하게 됐다.

최근 불자기업체 21곳을 대상으로 ‘불교와 기업경영과의 관계’를 연구한 린조우쩐(林佐振) 연구원(대만 국립 중산대학 기업관리연구소)은 “경영자가 불자인 기업의 공통점은 불교가 경영이념, 조직정서 등 다방면에 핵심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한마디로 ‘자비와 지혜를 함께 굴린다(悲智雙運)’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우ㆍ강유신ㆍ배지선 기자 |
2005-01-03 오후 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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