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단식 63일째(12월 28일 현재) 청와대 인근에서 만난 지율 스님은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표정으로 심경을 밝혔다. 스님은 무수한 생명들이 죽어가고, 환경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식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율 스님은 올 여름 58일간 진행했던 단식 때보다 더 편한 모습이었다. 환경부의 사과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3차 단식은 다소 힘들었다고 회고한 스님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편하다”고 했다. 실제로 스님은 3차례의 단식을 통해 천성산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알렸고, 부실 투성이인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등 환경문제 전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 | ![]() | |||
| ||||
![]() | ![]() |
그러나 스님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스님은 그래서 천성산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천성산 문제의 발단과 소송 진행 경과는 물론이고 천성산의 사계(四季)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까지 직접 하고 있었다. 이 ‘작업’ 때문에 4차 단식 초기에 진행했던 청와대 앞 농성도 중단했다. “농성보다 중요한 것이 자료 정리”라고 강조한 스님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가져온 노트북으로 일을 계속했다. “이렇게 사진으로 봐도 아름다운 자연을 왜 그토록 파괴하지 못해 안달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스님은 “내가 없어도 남은 사람들이 생명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우회적 표현인 것이다.
12월 24일 전교조 신임 위원장단이 스님을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교조 위원장단은 전(全) 전교조 차원에서 서명운동과 환경교육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스님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했다고 한다. 사실상 길이 없는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다.
![]() | ![]() | |||
| ||||
![]() | ![]() |
청와대 인근의 수녀원과 지인의 집 등에서 지내다 최근 새로운 숙소를 마련한 스님 곁에는 현재 ‘도롱뇽의 친구들’ 회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3차 단식 때와 다르게 불교계와 시민환경단체들은 결합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스님은 “3차 단식이 끝나고 고법 판결이 나오면서 많은 단체들은 운동을 정리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어정쩡하게 타협하려는 사람들과는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판에서 패소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은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스님은 “수많은 생명을 죽이고 나서 뒷수습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천성산 살리기 운동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잘못된 제도와 문화는 수백일간 단식을 해서라도 고쳐야 한다”고 역설한 지율 스님은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 바로 나를 비롯한 종교인들의 의무가 아니겠느냐”며 발걸음을 숙소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