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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하나된 외국인 노동자 송년의 밤

부산보현의 집이 주최한 한국이주노동자 공동 송년의 밤 행사.
“2005년에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여러분도 새해 행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어 발음이 분명치 않는 네팔 노동자가 새해 인사를 건네자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곧 이어 네팔 음악이 울러 퍼지자 네팔에서 한국으로 온 노동자들이 무대위로 뛰어올라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12월 26일 부산 상록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이주노동자 공동 송년의 밤 행사에는 부산 경남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 4백여 명이 참석해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행사는 2002년 아시안 게임 당시 방글라데시 서포터즈 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부산보현의 집(원장 이기표)이 주최한 행사로 강제추방반대 및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부경공대위가 뜻을 함께 했다.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등 각 나라별로 다양한 무대 공연이 펼쳐진 이날 행사는 그러나 흥겨움 뒤에 이주 노동자들의 아픈 현실이 묻어났다.

함께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무대에 오른 아리안토
이날 행사에는 네팔ㆍ방글라데시ㆍ인도ㆍ스리랑카 등의 외국인 노동자 들이 참석했다.
양산 외국인노동자 대표는 “더운 나라에서 와서 겨울이 더욱 춥다”며 “슬프고 외로운 친구들, 잡혀가는 친구들이 많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노래 공연에서 이들의 마음은 가사에 담겨 그대로 전달됐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렇게 함께 있는 우리는 모두가 친구랍니다.”

최근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 강제 추방되거나 숨어 지내는 이들이 많아진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말들도 많았다. 심지어 이날 공연을 하기로 했던 연주자 한명이 강제 추방된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아픈 현실을 얘기한 후라도 공연이 시작되면 이들의 표정은 어느새 맑고 순수하게 빛났다. 함께 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그동안의 시름을 날려버리려는 듯.

이날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허은정 서천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이 선보인 화관무. 족두리에 궁중 한복을 차려입은 이들이 무대에 올라 화관무를 선보이자 객석 곳곳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춤사위가 바뀔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전통 공연, 방글라데시 디콘도 밴드 공연 등 각 나라의 전통 공연과 한국의 공연 등이 어우러진 공연이 끝나고 뷔페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이기표 원장은 “소외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은 불교가 반드시 관심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며 일년에 한 두 차례 이들을 초청, 한국문화를 알리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부산=천미희 기자 | gongsil@korea.com
2004-12-28 오전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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