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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타고 법당까지 갈 수 있는 절, 미래사
장애인용 화장실, 계단대신 경사로

미래사는 사찰의 계단 대신 경사로를 통해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다.
통영 미래사(주지 여진)가 장애인용 화장실과 법당까지 연결되는 휠체어 진입로를 조성하며 장애인들에게 사찰의 문턱을 없앤 전국 최초의 사찰로 변모했다.

미래사는 12월 1일 장애인 편의시설 불사에 들어가 22일 화장실 출입로 공사와 법당 진입로 보완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법당 앞을 가로막는 계단 때문에 혹은 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화장실 때문에 절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장애인들에겐 더할 수 없는 희소식. 소식을 전해들은 장애인들은 벌써부터 미래사를 방문, 화장실을 사용해보거나 계단 대신 설치된 경사로를 따라 법당 참배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미래사 주지 여진 스님은 장애인들과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시설이 되도록 하기 위해 1차 공사 직후, 장애인들이 실제로 화장실과 진입로를 이용하게 하고 의견을 수렴, 재공사를 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 휠체어 진입로는 잔디 대신, 바퀴가 잘 굴러가는 대리석 재질로 교체됐고, 쉽게 파손되지 않도록 두꺼운 석재를 골라 사용했다.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불사가 되어야 하며, 보이기 위한 시설이 아닌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되어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예산 초과는 무릅써야 했다.

화장실까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절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출입이 가능한 화장실은 냉난방 시설은 물론, 비상시를 대비한 비상벨, 샤워시설까지 꼼꼼하게 갖추고 있다. 법당 바로 앞까지 경사로로 연결된 휠체어 진입로는 장애인들에게 법당을 찾아 기도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당초 법당까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지만 법당 내 경사로 각도가 마땅찮아 보류한 상태다.

결코 수월치 않은 불사를 끝내고 보니, 계단 대신 설치된 경사로를 반기는 이들이 장애인만은 아니다. 관절통으로 계단이 두려운 노보살들이나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젊은 보살들에게도 인기다. 또한 미래사 대중들에게는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더불어 사는 공생의 도리를 체득하는 장이 되고 있다.

미래사.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진주 경상대학 병원 법당에서 병고로 고통 받은 이들과 15년 이상 동고동락했던 여진 스님의 이력에서 비롯된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병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봉사한 스님이 주지로 있는 절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네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장애우가 무심히 던진 말이 스님의 결심을 도왔다.

“장애인에서 장애우로 용어는 달라졌지만 장애인을 위하는 것은 말로 되는 일이 아니며 마음과 행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하는 스님. 스님은 “미래사 화장실이나 휠체어 진입로는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형편이 허락하면 장애인용 차량을 운행, 더 많은 장애인들이 사찰을 찾아 기도하고 정진할 수 있길 서원하고 있다. 055)645-5324
천미희 기자 | gongsil@korea.com
2004-12-23 오후 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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