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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신행문화도량 토론회 문제있었다”
사찰생태연구소, 토론회 문제점 지적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사찰생태연구소(소장 김재일)와 두레생태기행이 12월 21일 열렸던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건립설계안 설명 및 토론회’를 참관하고 느낀 점을 본지에 보내왔다.

사찰생태연구소는 이 글에서 먼저 “토론에 나선 토론자 인적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즉 “토론회에 참가한 8명의 패널들의 면면을 보면 1명의 신행단체 관계자를 제외하고 7명 모두가 건축과 문화재에 관련된 인사”일 뿐 아니라 “신행문화도량 건설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는 환경 관련자가 단 1명도 없다는 것은 이 토론회의 성격과 형평성과 흐름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라고 평가했다.

토론회에는 김동현(문화재위원,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 건축사), 정재훈(문화재위원,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 조경학),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 대표), 이상해(성균관대교수, 건축역사), 주강현(한국역사민속학회회장), 정기용(기용건축대표), 민현식(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 건축설계), 정웅기(참여불교재가연대 정책실장)씨가 대표토론자로 참석했다.

사찰생태연구소는 또 “이번 토론회는 앞뒤가 없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는 ‘신행문화도량 불사를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논해야 했다. 신행문화도량이 왜 필요하며,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다른 방안은 없는가… 등등이 먼저 논의된 다음에 건축 방식이나 설계 등을 논의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찰생태연구소는 신행문화도량 건립과 관련해서도 “‘신행문화도량은 21세기를 이끌 한국불교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신행문화도량의 기능이나 역할은 굳이 새 건물을 짓지 않고도 가능하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대장경 동판(銅版) 문제 역시 보판(補板)이나 다른 방안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글 말미에서 사찰생태연구소는 “해인사는 신행문화도량 불사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가야산 자연환경과 해인사 문화유산을 지키고 계도할 프로그램 연구나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글 전문.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건설 관련 토론회를 보고

지난 12월 21일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건설과 관련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토론회를 참관하고 느낀 바를 올립니다.

- 토론회에 참가한 8명의 패널들의 면면을 보면 1명의 신행단체 관계자를 제외하고 7명 모두가 건축과 문화재에 관련된 인사들이라는 점입니다. 신행문화도량 건설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는 환경 관련자가 단 1명도 없다는 것은 이 토론회의 성격과 형평성과 흐름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줍니다.

즉, 이번 토론회는 ‘건설은 그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추진해야 할 불사’를 전제로 하고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토론회라기보다는 불사의 불가피성을 알리는 홍보에 목적이 있는 듯합니다. 더 이상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체면치례’ ‘허식적 통과의례’로 보입니다.

- 이번 토론회는 앞뒤가 없었습니다. 친환경 건축이니, 예술 건축이니 하는 주장들은 나중에 논의할 일입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신행문화도량 불사를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논해야 했습니다. 신행문화도량이 왜 필요하며,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다른 방안은 없는가… 등등이 먼저 논의된 다음에 건축 방식이나 설계 등을 논의할 문제입니다.

- 청동대불에 이은 신행문화도량 건설 등등은 단순한 불사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 불교가 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불교의 정신사적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승단은 무위(無爲)의 가르침을 잊어버리고 자꾸만 작위(作爲)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뭔가를 해야 하고, 뭔가를 짓고 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모두가 사로잡혀 있습니다.

- 환경문제는 정치, 경제, 문화, 인권, 소비자… 등등의 여러 사회 문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그것에 앞서는 근본문제입니다. 사찰환경 문제 역시 한국불교 또는 사찰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앞서는 근본 문제입니다. 문화재니 건축이니 관광이니 하는 것들은 환경과 생명의 하위에 자리한 개념들입니다.

‘새로운 시대 부응’ ‘시대의 요구’는 올바른 견해가 아닙니다. 개발론자들이 말하는 새로운 시대란 ‘물질적 풍요’와 ‘상업대중’ 논리에 지배된 ‘절제가 안 된 욕망의 시대’입니다. 굳이 거기에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해인사가 세계불교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며, 불사를 위한 허황된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건축물 하나로 세계불교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불교정신에 대한 훼손이며 모독입니다.

- 학교 건축을 용도로 하여 숲을 파괴하였으면, 그 용도가 끝나면 다시 숲으로 복원시켜 주는 것이 환경윤리입니다. 관광객 숫자를 들먹이며 수요와 공급을 논하는 것은 경제개발의 논리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짓고 세워야 한다는 것은 개발론자들의 상투적 논리입니다. ‘대량 인구의 동시 유입을 감당할 대형공간의 확보’라는 이유는 매우 위험한 개발론적 발상입니다. 필요해도 가능한 짓지 않는 것이 무욕의 도리이며 환경윤리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친환경적 건축’은 물리적인 건축 개념이며, 화학에너지와 기계적 시스템에 의존한 건축입니다.

- 신행문화도량은 스님들이 아닌 재가자나 탐방객들에게 필요한 건물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요구가 먼저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인사 스님들이 이 불사를 먼저 기획하고 제안했습니다. 재가자들이 새로운 건축물을 지어달라고 요구를 해와도 해인사측이 거부를 했어야 할 일입니다.

- ‘신행문화도량은 21세기를 이끌 한국불교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신행문화도량의 기능이나 역할은 굳이 새 건물을 짓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장경 동판(銅版) 문제 역시 보판(補板)이나 다른 방안으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해인사는 신행문화도량 불사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가야산 자연환경과 해인사 문화유산을 지키고 계도할 프로그램 연구나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를 요청합니다.


사찰생태연구소 / 두레생태기행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4-12-23 오전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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