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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2호 보신각종 이전 완료
경복궁 구 박물관에는 야외 석조문화재만 남아
보신각종을 무진동저상트레일러에 옮겨 싣고 있다.
단일문화재로는 국내 최대규모인 보물 제2호 보신각종이 12월 20일 경복궁 종각 터를 떠나 용산 새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보신각종은 높이 372cm, 너비 273cm, 무게 24톤으로 성덕대왕 신종보다 더 크고 무거운 문화재.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의 보신각종 이전 행사는 고유제(告由祭)로 시작됐다. 이건무 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삼배(三拜)를 올리며 종의 안전한 이전을 기원했다.

이어 10여명이 달라붙어 화학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중성지(한지)와 순면 소창으로 포장,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무진동 저상차량(low bed trailer)에 실었다.

종을 실은 차량은 서울교통경찰대의 호위 속에 세종로, 남대문을 지나 남산, 갈월동, 삼각지를 거쳐 용산에 이르는 길을 시속 5~20km로 달려 약 한 시간 만에 새 박물관 종각터에 도착했다. 종각은 종을 먼저 자리에 놓은 후에, 새해 날이 풀리면 지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균열이 워낙 심해 걸지는 못하고 종각 안에 괴어놓게 된다.

유물 포장·이전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 수십 명이 동원된 이날 이전 작업은 박물관측이 유물 이전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알기에 충분했다.

차에 종을 싣고 상자를 덮고 있다.
우선 자그마한 훼손이라도 방지하려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포장지로부터의 훼손을 막기 위해 중성지를 사용했으며, 포장 상자 안쪽에는 은박지를 붙여 습기를 방지했고, 종을 묶는 벨트는 100만원을 들여 새로 제작했다. 9.5km에 이르는 이사 길에 발생할 수 있는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진동 저상차량을 사용했다. 박물관은 지난 3월 안전진단과 정밀실측을 실시했고, 지난 17일에는 리허설을 통해 최종 점검했다.

이사 노선은 직원들이 직접 ‘개발’했다. 유물 관리부 직원들은 80cm 높이 차체에 380cm 상자를 실은 채로 이동할 수 있는 노선을 찾아내기 위해 새벽녘에 지나가는 길에 있는 육교의 높이를 낚싯대로 직접 측정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길이 세종로-남대문-남산-삼각지 코스였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소재구 수석연구관은 “유물 이전의 모범이 된다는 생각에 원칙을 따라 성실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포장·이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보신각종이 이전됨에 따라 경복궁 옛 박물관에는 야외 석조 문화재만을 남겨놓게 됐다. 이들 석조문화재는 내년 3월부터 옮겨지게 된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4-12-20 오후 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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