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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박물관장 범하 스님은 종교박물관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박물관협회(회장 김종규) 주최로 구 국립중앙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성보박물관의 고질적인 재정난 타개를 위한 전제요건으로 정부·지자체·사찰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성보박물관이 박물관법에 따라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지만 박물관 운영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아트숍 등 부수입원 또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사찰 또는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성보박물관이 건립단계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일부 지원하지만 개관 후에는 예산지원이 없다보니 성보박물관을 만들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면서 “성보문화재는 어느 개인이나 사찰의 소유가 아닌 국민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하 스님은 사찰 측의 책임도 강조했다. “성보박물관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닌 불교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시청각 포교의 장이므로 성보 보존이 수행이며 신앙의 한 방법임을 인정해야한다”며 “종단 종법을 개정해 관리 책임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또 “문화재 관람료의 원래 목적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알리는 데 사용돼야 하는 것이다”며 “사찰의 고정 수입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문화재 보존 목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보박물관 운영 전략과 관련 “각 사찰은 창건연기에 따라 예배 대상이 달라지고 규모와 구조가 달라진다”며 “천편일률적인 불교문화재 전시를 지양하고 특성화된 박물관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성보박물관을 짓기 전에 소장유물의 성격을 염두에 두고 규모와 운영방향이 정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간과하다보니 박물관을 개관하더라도 운영 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박물관 기능의 수행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범하 스님은 통도사박물관(불교회화), 직지사박물관(금석문), 수덕사근역성보관(전적류) 등을 특성화 성공 예로 제시했다.
성보박물관이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의 하나로 범하 스님은 스님들의 잘못된 관념을 지적했다. “스님들은 보시 개념이 강해 박물관의 전문인력에 대해서도 절의 일을 도와준다는 개념을 갖고 있어 이들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며 “이 같은 스님들의 잘못된 인식이 전문인력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성보박물관은 향후 기존의 유물 전시나 보존 등의 역할을 넘어서 사찰별로 진행되고 있는 불사를 감독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불사가 종교적 교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예술미를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고 범하 스님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