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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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물질의 경계
정신과 물질의 경계

우희종 서울대 교수.
생각하는 것만으로 물체를 움직이거나 게임을 할 수 있고 외국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팔이 없는 지체부자유자들도 휠체어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생명체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장기들과 이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작은 세포, 그리고 세포내의 여러 유전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들은 결코 독립되어 있지 않고 서로 밀접하게 신호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고 있다. 생체 내에서의 유전자, 세포, 장기 등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은 화학 반응을 거친 전기적 신호이며, 모든 세포는 나름의 전기적 파장을 지니고 있고 인식과 반응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는 대표적인 전기 전달 세포다. 뇌는 이러한 전기적 신호를 뇌신경세포의 종합적 유형(pattern)으로 하여 저장하고, 평상시에도 뇌파라고 불리는 다양한 전기적 파장을 내고 있다.

신경정신학에서는 이미 뇌의 어느 특정 부위와 사람의 특정한 행동이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관찰해 왔다. 이러한 유연관계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할때 뇌파나 작은 눈동자의 움직임을 전기적으로 대상과 교류할 수 있는 정도로 증폭시키고 이 증폭된 전기적 신호를 무선으로 보내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생각으로 휠체어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생체 내에서 뇌의 전기적 신호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우리의 수족과 같은 원리로서 거리만 떨어져 있다 뿐이지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물체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정신작용은 불가에서 말하는 색수상행식이라는 오온(五蘊)에서 식(識)에 해당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식(識)이라 불리는 우리의 주관적 정신작용과 대상으로서의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물체와의 경계선의 애매모호함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생체 내에서 정신작용과 물질은 서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하며 영향을 미치고 고정된 실체 없이 항상 흐름으로서만 나타나는 전기적 신호 및 파장이 이러한 관계의 매체(媒體)라는 점을 보여 줄 뿐이다.

현대과학은 비록 환원론이라는 방법론적인 한계는 있지만 결국 세상의 연기적 인과 관계를 다루는 것이다. 이번의 연구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우리의 육식이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존한다는 점이다. 반야심경에서의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는 말처럼 과학이 다루는 식(識)이란 오직 변화하는 관계로 나타날 뿐 실체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삼계유식(三界唯識)이란 표현처럼 정신과 물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 넘어 실체가 없기에 실체로 나타나는 이 세상의 연기적 관계성(依他起性)을 바탕으로, 이름하여 ‘한마음’ 내지 ‘한 물건’이라 불리는 그것을 향해 더욱 정진해야 함을 말한다. 또한 이러한 연구를 보면서 불교는 과학이 다루는 말단의 식(識)작용만이 아니라 진정한 한마음을 다루고 있기에 불교가 과학적이라는 말보다는 과학이 불교적이라는 평소의 지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봄은 어쩔 수 없다.
우희종(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
2004-12-19 오후 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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