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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은 이주 노동자의 날, "말해요, 찬드라"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맑은 시선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해가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자리를 잡고, 나아가 정보화가 사회 곳곳에서 그 위력을 떨치는 상황은 우리들에게 가히 혁명적인 변화에 허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들은 하루하루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돈이 되거나, 자신의 지위가 올라가는 일에는 목숨을 걸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하면서, 그 변화의 흐름에 도태되거나 아니면 돈이 되지 않는 변화에는 무관심하다. 우리 주위에 있는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외국인이주노동자들 역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로 그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몇몇 사람들과 단체들이 이방인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

<말해요, 찬드라>를 쓴 이란주 씨는 1995년부터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활동가로 일해오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를 상담하고, 같이 지내면서 쓴 이 책에서 그는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삶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외국인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대한민국의 편견, 부정의, 무책임 등에 따끔한 비판과 반성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서글픈 이름 ‘찬드라’를 다시 기억하게 된다. 찬드라는 네팔 여성으로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행려병자로 처리돼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선미아’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채 정신병원에 6년 4개월이나 있어야 했다. 찬드라의 잃어버린 이름과 시간은 우리들의 무관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찬드라의 곁에서 지켜본 이란주 씨는 조용히 얘기하고 있다.

‘찬드라’처럼 어처구니없는 현실 뿐아니라 이 책에서는 다양한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사망 등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일하면서 겪는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결혼가정, 무료진료소 풍경, 한국어 말하기 대회의 뒷이야기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외국인이주노동자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얘기가 아닌 남의 모습을 글로 전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거나, 건조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씨는 흥분도, 엄숙하지도 않은 다정한 시선과 문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그만큼 이 씨는 이주노동자와 가까이 있으며,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

<말해요, 찬드라>는 한국에서 잃어버린 이주노동자의 소리를 이주노동자 스스로 내주기를 바라는 간절하면서도 소박한 바람을 모았다. 제3자가 아닌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이 씨는 지금 새롭게 아시아의 인권과 문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의 바람처럼 온 세상에서 자신의 할 말을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함께 노력하겠다는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말해요, 찬드라> | 삶이 보이는 창 | 9천원 |정진우
이란주(작은손길외국인노동자인권문화센터 소장) |
2004-12-18 오후 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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