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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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의상에 세가지 의문 풀다
[일지스님의 감춰진 불교이야기]
동시대 살면서 수행·학문 함께 "의상 만나 의문 해결”

원효 대사 영정.
우리나라 불교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승려상이며, 학자, 화엄종의 개조, 신라의 삼국통일이후 피폐해진 인간관을 화엄의 실천으로 융화시킨 인물이며 교육자였던 의상(義相, 625-702)스님은 702년, 78세의 나이로 입적했다. 의상의 문하에는 3천명에 이르는 제자들이 있었으며 10대덕(十大德, 悟眞, 智通, 表訓, 眞定, 眞藏, 道融 , 良圓, 相源, 能仁, 義寂)이라고 불리우는 열명의 제자들이 가르침을 계승해 해동 화엄종의 실천적인 전통을 이어나갔다. 특히 부석사계 화엄종에서는 구산선문을 여는 대낭혜 무염선사와 지증도헌선사 등의 대선사들을 배출함으로써 선으로의 길을 예비하고 있다. 이점은 선과 화엄의 융합을 통해서 화엄의 교리를 종교적 실천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의상과 원효는 동시대를 살면서 수행과 학문의 길을 함께 걸어간 스님들이며 심지어는 당시 불교문화의 발신지였던 당나라에 함께 유학을 떠나려했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그래서 우리 불교사의 공간에서 화엄사상을 말하려면 먼저 의상과 원효의 삶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해동화엄의 종조라고 불리우는 의상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두 스님의 생애를 살펴보면 의상은 철두철미하게 대학승으로서, 불교승가의 사표로서 빛나는 삶을 살아갔지만 원효는 입당(入唐)중의 깨달음으로 “삼계는 오직 마음일 뿐이며 만법은 오직 알음알이이다. 마음밖에 존재하는 것이 없으니 나는 오랑캐들에게 특별한 배움을 구하고 싶지 않으며 당나라에도 가지 않겠다(三界唯心 萬法唯識 心外無法 胡用別求 我不入唐)”라고 선언한 뒤 매우 독창적인 저술과 준엄한 수행으로 대중앞에 나선 인물이다. 즉 우리는 두 스님의 인간상에서 체제안의 질서와 체내 밖의 무애를 완성한 두 라이벌의 모습을 살 필 수 있는 것이다.

의상 대사 영정.
그러나 이 라이벌들에게서는 서로 불화를 일으키고 대립하는 모습보다는 서로를 일깨우면서 한 시대를 드높은 불교정신으로 장엄하는 고승들의 잔잔하면서도 장려한삶이 느껴진다. 당나라에서 돌아온 의상은 소백산맥의 봉황산 기슭의 부석사에 주석하면서 화엄경을 강의하는 등 해동 화엄종의 기초를 닦는다. 인품과 학덕으로 빛나는 그의 주변에는 신분과 계층을 넘어서 신라의 수많은 영재들이 모여들었다. 의상은 화엄의 큰 가르침을 펴는 일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화엄 10찰이라고 불리우는 해동 화엄종의 본산들이 전국의 명산에 세워지게 되었으며 최치원은 <법장화상전>에서 “해동 화엄대학은 10산에 있다(海東 華嚴大學之所 有十山焉)”고 분명히 기록한다.

당시 의상은 젊은 날의 도반이었던 원효스님에게 불교인식론의 진수를 해명해 주기도 한다. 원효가 의상을 만나 세가지 의문을 풀었다는 기사를 <법계도기총수록>은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이 문헌은 원래 고려대장경의 보유판으로 판각되어 해인사에 전해져오다가 최근에야 학자들의 조명을 받고 있어 완벽한 한글번역은 없다.

“<대기(大記)>에 이르기를… ‘고사(古辭)’에 원효법사가 의상법사를 만나 의심을 푼 것이 3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각(始覺)이 본각(本覺)과 같아 범(凡)도 되고 성(聖)도 된다는 뜻이요, 둘은 습과해종종심(濕過海種種心)의 뜻이요, 셋은 이 능전(能詮)과 소전(所詮)이 모두 언중지처(言中之處)에 있다는 것이다. 원효법사의 뜻은 곧 하교(下敎) 중에 법체가 실유한다는 실유법체(實有法體)라고 생각했으나 이 글을 보고 곧 능전소전이 모두 언중에 있으나 법체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무법실체(無法實體)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이 기사를 싣고있는 <법계도기총수록(法界圖記叢隨錄)>은 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 주석과 강의를 집대성하고 있는 문헌이며 저자는 불명이다. 다만 고려 균여(均如)의 <지귀장원통초>가 인용되어 있어서 편찬연대의 하한은 균여이후이며, 균여계통의 화엄학승들에 의해서 편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나로서는 균여계통의 학승들 또한 의상이 원효의 의문을 풀어주는 한 수 높은 교사로 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故 일지 스님 |
2004-12-18 오후 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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