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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조사에 따르면 동국대가 개교 이래 지금까지 배출한 불교학 전공 박사는 165명. 이 가운데 110여명은 전공을 살린 안정적 기반을 갖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박사학위 취득자 133명 중 교수로 채용된 이는 30여명에 불과해 젊은 학자들이 교수가 되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박사취득자들은 강사로서의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이다. 이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소속이 없다는 것. 소속이 없다보니 불안정해 연구에 몰두하기 어렵다.
동국대 강사 A씨는 “강사 생활에 지쳐 박사 취득자들 태반은 교수직 지원을 아예 포기했으며, 출판사를 차리거나 개인 사업을 벌이는 등 전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이 일자리가 부족한 결정적인 이유는 동국대, 위덕대 등 4개 종립대 말고는 수요처가 없기 때문이다. 영산대 김종명 교수는 “전국 350개 대학 철학과 교수의 전공별 분포를 보면 동양철학이 전체의 20% 가량을 차지하는데, 그 가운데 80%가 유학 전공자며 불교전공자는 20%에 불과하다”며 “대학의 다수가 기독교계 학교인데다, 지식인 사회에서조차 불교를 구시대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어 철학과에서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교수직에 대해 차선이라 할 수 있는 연구소 연구직도 사정이 나쁘긴 마찬가지. 불교학 전문연구소는 동국대 내 불교문화연구원, 전자불전연구소, 선학원 중앙선리연구원, 진각종 종학연구소,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등 몇 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을 제외하면 각 연구소가 필요로 하는 연구직은 2~3개에 불과해 취업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일자리 부족은 불교계로서도 큰 손실이다. 불교의 이론적 토대를 굳건히 하고, 올바른 불교 이해를 위해 힘써야 할 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지 못한다면 불교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교학을 공부하려는 지망생들의 의욕마저 꺾어버려 불교학의 전반적인 기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개신교의 경우 학자 양성에 훨씬 적극적이고 체계적이다. 두레연구원(원장 김진홍)의 경우 해외연구원을 2년마다 선발, 박사 수료시까지 월 600~1000달러를 지급한다. 신학 전공자가 주로 선발되지만, 전공의 제한은 없다. 이미 50명이 혜택을 받았고, 금년에는 18명이 선발됐다.
개신교 인터넷 신문 <뉴스엔조이> 주재일 기자는 “박사 과정 학생들은 소속 교회에서 지원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학위를 받고 나면 담임목사 아래에서 협동목사로 일하며 교회의 브레인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종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학문의 자유가 침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개신교의 사례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그것은 활용의 문제일 따름. 일회성 지원에 머물고 있는 불교계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만은 사실이다.
불교학 박사들의 진로 확대를 위해 △교양불교대학 활성화 △종단의 연구소 설립 및 연구프로젝트 개발 △대학 기존 연구소 인력 확충 등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즉 교구본사 또는 대형 사찰이 중심이 돼 각 사찰의 특성에 따라 특화된 연구 분야를 집중 육성하거나, 종단의 목적에 따라 필요한 연구 분야 중심으로 연구원을 꾸리면 종단과 사찰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불교학 측면에서는 필요하지만 연구자가 부족한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것도 의미 있다.
불교대학 활성화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현재 조계종이 인가한 불교대학은 40여 곳. 인가 기준에 따르면 석사 이상자 4인 이상을 교수로 고용해야 하므로 160여명의 채용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 강좌 강사료가 월 50만 원 선임을 감안하면 불교대학은 많은 이들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교대학의 활성화는 불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확산시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도 있다. 이를 통해 불교는 더욱 탄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그야 말로 1석3조인셈. 다만 문제는 인가 기준이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교대학에서 강의를 한 바 있는 C씨는 “인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강사를 2년 단위 계약제로 고용한다면 강사의 경력이나 안정적인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