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들어 출판사당 대여섯 권도 채 출간하지 못할 정도로 위축된 불교 출판사들은 불교출판의 현실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난 7월 ‘불교출판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50여 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모여 불서읽기운동과 교구본사 도서관 설치, 도서공급창구 일원화 등 불황 타개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출판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불교출판문화협회(회장 원택) 발족으로 이어졌다. 9월에 창립된 불교출판문화협회는 1992년 출범했으나 활동이 저조했던 불교출판협회가 확대 재편된 것으로, 20여 개 불교 출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불교출판문화협회는 앞으로 본 말사 도서관 마련, 필자 공동개발, 공동 유통망 형성 등의 사업을 펼침으로써 불교출판 활성화에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불교출판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시도로 불서읽기운동도 전개됐다.
지난 10월, 불교계 출판 불황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돼왔던 ‘책 안 읽는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은 지난해 출범한 ‘종이거울 바로보기 운동’과 함께 불교계에 독서문화 형성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수행 열풍으로 관련 서적 출간ㆍ판매증가
불황 속에서도 올해 일어난 선(禪) 수행 열풍을 반영하듯 불교 출판계에는 선을 주제로 한 책들이 속속 발간됐다. <불교 수행법과 나의 체험> <禪 너는 누구냐> <불교수행법강의> 등 선원장 법회와 담선법회 등의 물결을 타고 수행 관련서들이 출간돼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큰스님 법문집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큰스님의 열반과 열반 1주기 맞아 스님들의 법문집이 다양하게 선보였고, 이 중 지난해 말 입적한 청화 스님의 법문을 담은 <마음 부처가 사는 나라>와 지난해 출간된 <가장 행복한 공부>는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구니 스님들의 출간도 활발했다. 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 서광 스님이 <알몸이 부처되다>와 <문제는 항상 부모에게 있다>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를, 하버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소운 스님이 <하룻밤에 읽는 불교>와 <하버드에서 만난 부처>를 각각 펴냈다. 초기불전연구원장 대림 스님이 펴낸 <청정도론>도 불교출판계의 큰 수확이다. 이 밖에 텐진 빠모 스님의 <마음공부>, 지율 스님의 <지율, 숲에서 나오다>, 대안 스님의 <사찰음식 다이어트> 등이 눈길을 끌었다.
명상ㆍ어린이 불서 일반 출판사들 꾸준히 펴내
최근 3~4년 동안 베스트셀러였던 명상ㆍ요가서적은 올해 ‘웰빙’ 열풍을 타고 그 맥을 이었다. 달라이라마의 <용서>와 <365일 명상> <달라이라마 삶을 이야기하다>를 비롯해 틱낫한 스님의 <마음모음> <아! 붓다> <틱낫한 스님의 금강경> 등이 책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으려는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요가 관련 서적으로는 도서출판 여래의 <요가의 세계> <쿤달리니요가>를 비롯해 직장인ㆍ임산부ㆍ어린이를 위한 요가 등 30여 권이 넘는 책이 발간됐다.
지난해부터 운주사와 솔바람 등이 앞장서 온 어린이 불서 출간도 계속됐다. 운주사는 <만화로 보는 부처님 전생 이야기> <부처님 지혜를 배우는 불교우화 41가지>를, 솔바람은 <마음을 밝혀주는 60가지 이야기>와 <선사들의 삶과 깨달음>을 펴내는 등 활발한 출판활동을 보였다. 이 밖에 <마음속의 샘물> <졸참나무처럼> <거미줄> <손오공의 보물> <행복해지는 거울> 등 일반 출판사가 펴낸 어린이 불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소개될 불서로 <지눌의 선사상> <선가귀감> 등 4권이 선정됐다. 하지만 불교가 우리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정수임에도 선정된 책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일었다.
올 한해 협회 창립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불교 출판계가 수행열풍으로 높아진 독자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출판 활성화’로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