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 문화 > 출판
불교소설-영상매체에 밀리고 무관심에 '찬밥'
평론 활성화·공모전 확대 등 지원대책 절실
불교 소설은 큰 파급력을 갖고 있지만 독자의 외면으로 점점 출판권수가 줄어드는 실정이다.
걸출한 불교 소설은 어떤 포교활동보다도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 80년대엔 김성동의 <만다라>(1978)나 한승원의 <아제아제 바라아제>(1985)를 읽고 출가하기 위해 산사를 찾아간 젊은이가 한 둘이 아니었다. 고은의 <화엄경>(1991), 남지심의 <우담바라>(1987), 최인호의 <길 없는 길>(1989)등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대표적인 불교 소설들이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몇몇 책들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불교 소설을 찾기가 쉽지 않다. 90년대 후반부터는 불교 소설 출간 권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성낙주의 <차크라바르틴>(1995)이나 김성동의 <꿈>(1999), 최근 나온 한승원의 <초의>(2003)등이 있긴 하지만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 불교소설 왜 안나오나
오늘날 문학은 인터넷과 영상매체에 밀려 설 자리를 점차 잃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불교 소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불교 소설은 이 같은 어려움에 더해 불교계 내부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을뿐더러, 설령 책이 출간된다 해도 불교계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족사 윤창화 대표는 “현재 불교 소설에 대한 평가는 고사하고 ‘불교 소설’이란 정의도 제대로 내려져 있지 않다”며 “작가들이 불교 소설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불교계 스스로가 불교 소설에 대한 인식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설가 한승원씨는 “꼭 불교 신자가 쓰거나 불교를 소재로 삼아야만 불교 소설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가 불교의 가르침과 부합하는가를 살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며 “불교 문인과 학자, 독자들 사이에 불교 소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작가들도 자연히 창작 의욕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만해마을 손흥기 문학과장은 “불교 창작소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평론가나 학회가 없다”는 점을, <불교문예> 문창길 편집장은 “그간 일반 소설에 대한 평론은 많았지만 불교 소설을 주제로 발표되는 평론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각각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미 발표된 불교 소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계 출판사들의 불교 소설 외면도 빼놓을 수 없다. 고질적인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교계 출판사들은 얼마나 수익을 낼 지 알 수 없는 불교 소설 출간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간 <불광> 남동화 편집장은 “불교 소설의 필요성과 파급력은 인정하지만 재정문제 등 여러 여건상 출간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부적인 문제 뿐 아니라 작가들 스스로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출간된 불교 소설 중에는 단순히 고승의 전기나 불교 설화를 소설적 형식으로 재구성한 논픽션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설가 성낙주씨는 “<차크라 바르틴>을 쓰기 위해 경전을 읽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15년 이상의 습작기간을 가졌다. 그러나 요새 출판되는 불교 소설 중에는 집필 시간이 짧고 천편일률적인 것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가 남지심씨 역시 “단순히 불교에서 소재를 끌어다 쓰는 차원을 넘어서 정말 부처님 사상을 널리 홍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작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활성화 방안
출판 전문가들은 불교 소설 활성화를 위해서는 작가들이 궁극적으로 ‘불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교에 대한 관심은 결국 단순한 ‘상품’으로서의 불교 소설이 아니라 진정한 불교 사상을 담은 소설을 잉태하는 토양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인 불교 작가를 발굴해낼 수 있는 불교 소설 공모전과 배출된 문인들이 구준히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불교 소설을 공모하는 곳은 불교신문 신춘문예와 현대불교문인협회의 불교문예 공모전 단 두 곳. 문창길 편집장은 “불교 언론사와 잡지사가 한 번씩 만이라도 공모전을 주최하면 작가들과 불자들이 불교문학작품에 쏟는 관심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성작가들을 위해 신문과 잡지, 인터넷 등의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김성동씨는 지난 2002년 인터넷에 신간 장편소설 <마하 신돈>의 집필동기와 줄거리를 올리고 투자자를 모으기도 했다.

기존에 발표된 작품 중 불교적 가치관을 담고 있는 작품성 높은 소설을 발굴하거나, 해외의 불교 소설을 번역·출간함으로써 불교 소설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남동화 편집장은 “해외 불교 소설들이 인기를 끌게 되면 국내 불교 소설 출간 붐으로까지 연결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밖에 좋은 작품은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 재창조 되어 끊임없이 확대될 수 있도록 종단이나 불교문화단체 등이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나 <우담바라>가 각각 영화화 되어 성공을 거뒀지만 불교계가 주도적으로 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불교 소설에 대한 관심을 모을 수 있을 만한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불교 문인들은 “비록 불교 소설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불교는 삶의 본질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언제나 소설에 매력적인 주제를 제공해 왔다”며 “적절한 지원과 관심만 기울이면 불교 소설의 중흥기는 다시 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은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4-12-16 오전 11:03: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