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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양성 없이 한국불교 세계화 없다"
조계종 국제교류위, 세계화 방법론등 열띤 토론
한국불교의 세계화 관련 세미나가 12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국제교류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세계화됐다는 티베트불교를 살펴보면 달라이라마란 유명한 스님의 역할도 크지만 그 정치적인 배경도 생각해야 한다. 일본불교가 부각된 것도 일본이 세계적인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불교가 이런 흐름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앞서 불교 본연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이평래 국민대 교수)

“한국불교의 특성은 여래장사상에 입각한 통불교, 혹은 회통불교이며, 깨달음의 목적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중생의 근기에 따라 수용케하는 종합불교 혹은 통합불교다.”(동국대 불교대학원장 보광 스님)

“원효의 사상 특히 화쟁론은 해석학적 전략이지 구체적인 사상이라 할 수는 없다. 원효의 사상을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입증하는 토대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효 사상의 의의는 한국불교가 동아시아 불교공동체의 담론에 동참한 데서 찾아야 한다.”(조성택 고려대 교수)

숭산 스님 입적 이후 한국불교의 세계 포교를 고민하기 위한 첫 세미나가 12월 1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조계종 국제교류위원회 부위원장 진월, 동국대 불교대학원장 보광,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대전 자광사 주지 청아 스님, 고려대 조성택 교수, 국민대 이평래 교수, 이동호 발틱연구소장 등은 이날 무엇이 한국불교의 특징이며, 어떻게 한국불교를 세계화할 것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진월 스님의 ‘한국불교 세계화 종책을 위한 제언’을 기조발제로 해서 시작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보광 스님이 ‘한국불교의 특성’, 미산 스님이 ‘한국불교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견을 제시했다.

보광 스님은 먼저 “한국불교의 교학적 특성은 원효의 여래장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여래장사상의 흐름은 한국불교사에 큰 줄기이며,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여래장연기법으로 그 위력을 발휘했다. 나라가 외세에 의해 풍전등화격으로 망국의 위기에 처했을 때 ‘호국불교’ ‘구국불교’라는 명분으로 불교계가 분연히 일어났다”며 “우리들은 통일을 민족의 염원이라고 한다. 따라서 미래 한국불교의 방향은 여래장사상이 온당하다고 생각된다. 한국불교는 어디까지나 원효가 제시한 여래장사상을 기본축으로 해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성택 교수는 보광 스님의 발제에 대한 토론에서 “승랑 원효 원측 지눌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원효 이후 화쟁 사상을 계승한 후계자는 없다”며 “문제점이 많은 현재 한국불교의 모습을 볼 때 세계화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의문스럽다. 환골탈퇴, 새로운 모습이어야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빌미로 과거의 특정사상의 복원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평래 교수는 “각 지역 불교들은 역사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화쟁, 통불교, 중국의 국가주의 불교 등은 일정한 역사적 맥락 안에서 존재한다. 그런 불교의 특수한 모습이 세계화의 목표는 아니다. 세계화할 것은 확고한 내세관에 기초한 불교 본연의 모습이다”고 주장했다.

미산 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교학, 수행법, 문화, 인터넷 등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미산 스님은 발제문에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해 그동안 한국불교학의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막상 이를 위한 한국불교 관련 영문서적의 발간은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런 학문적 작업을 수행할 만한 인적은 토대가 갖추어지지 않은 실정이므로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인재양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해외대학에 설립돼 있는 한국학의 석ㆍ박사과정 학생들이 한국불교학 관련 논문을 쓸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여 우수한 한국불교학의 교수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고 말했다.

미산 스님은 이어 “간화선만이 최상승 수행법이라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 어떤 수행법이 최상승이라고 주장해서 최상승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수행법을 통해 수행자의 삶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깊은 안목이 생길 때 굳이 최상승이라고 않더라도 인정을 받는 것”이라며 “간화선을 세계화하는 것보다 선수행의 종주국인 중국에 이식시켜 중국에서 간화선법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밖에 미산 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방안으로 △승가에 고유한 공동체문화와 불교축제문화의 활성화 △각종 세계불교대회의 유치와 불교단체간 교류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불교관련 번역 자료 제공 등을 꼽았다.

이동호 발틱연구소장은 미산 스님의 발표에 대해 “한국불교 스스로 세계화를 위해 얼마나 역량을 가졌는지 따져봐야 한다. 먼저 오늘에 맞는 커리쿨럼을 갖추는 등 승가교육이 개선돼야 한다. 일본불교가 먼저 세계화를 위해 상당히 체계적으로 포교를 했지만, 지금은 티베트 불교가 성공을 거뒀다”며 “티베트 스님들은 철저한 수행과 교학 과정을 거쳤기에 서구인들에게 포교가 가능했다. 현지인을 교육을 통해 불교지도자를 양성해, 해외포교에 나서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청아 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앞서 불교의 한국화부터 생각해야 한다. 안에서 못하는데 밖에서 잘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중국 포교를 한 달마대사의 모습에서 해외포교의 전략을 발견해야 한다. 명안종사(明眼宗師)를 드러내서 선맥을 전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문화교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강유신 기자 | shanmok@buddhapia.com
2004-12-15 오전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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