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 문화 > 출판
두 과학자와 한 예술가의 ‘생명’ 예찬
서울대 황우석 교수외 2명의 <나의 생명 이야기>
평생 화두로 잡아온 생명…최재천ㆍ황우석ㆍ김병종(사진 왼쪽부터)교수는 "자연과 인간이 생명이다"고 말한다.


과학자 두 명과 예술가 한 명의 만남. 첫 느낌부터가 낯설다.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왜 만났을까’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하지만 ‘황우석, 최재천, 김병종’이란 이 시대 걸출한 학자들의 이름을 꺼내놓으면, 의심은 금세 호기심으로 바뀐다. 도대체 이들이 만나서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 세포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나의 생명 이야기의 책 표지.
‘개미 제국의 발견’을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생물학자로 꼽히는 최재천 서울대 생물과학부 교수, 베스트셀러 <화첩기행>을 내놓은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가 ‘생명’을 주제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 <나의 생명 이야기>다. ‘1953년생 촌놈 동갑내기’들의 생명을 향한 열정, 그리고 그것이 이들의 학문적 화두라는 것을 고스란히 담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황 교수와 최 교수는 인생역정의 고백과 함께 과학자로서 시대적 양심을 외쳤고, 김 교수는 이들의 글에 그림으로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럼 세 사람에게 생명이란 무엇일까? 국내 최초로 복제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 세포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황우석 교수의 생명관은 어릴 적에 키운 ‘소’에서 비롯된다.

‘내게 생명이란 우리 집에서 키우던 소의 순한 눈망울, 봄이면 샛노란 솜털이 개나리보다 탐스러운 병아리, 암탉이 막 낳은 따뜻한 달걀, 그런 자연에 기대에 살아가던 내 부모형제와 이웃들…. 생명은 그런 것이다.’

이처럼 황 교수에게 생명은 추상적인 대상이 아니다. 우리 곁의 구체적인 존재이다. 때문에 황 교수의 생명과학 연구의 바탕은 ‘자연과 사람’이다. 그는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인간에서 출발하고, 인간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심산(心山)’이란 법명이 말해주듯 황 교수는 어릴 적부터 ‘마음의 산’을 키우는 지혜를 소에게 배웠다. 마치 변함없이 한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산처럼, 그는 우직한 소를 닮으려했다. 대전고 첫 시험에서 480명 중 400등을 했을 때 곧바로 친구들과 ‘등 안대기 클럽’을 결성해 졸업까지 방바닥에 등을 대지 않고 공부에 매진했던 것도, 의대에 진학하라는 선생님에게 뺨까지 맞아가며 수의대를 택했던 것도, 소년 시절 가난했던 온 가족의 목숨줄이자 친구였던 소와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 교수는 이처럼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제 일감에서 눈을 떼지 않는 ‘찍소 정신’을 실천했다. 열악한 국내 연구 환경에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자, 하늘을 감동시키자”며 세포복제 연구에 성공, 난치병 환자들의 치료 길을 열게 했다.

하지만 황 교수의 이런 연구에 대한 열정이 환영만 받은 것은 아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복제인간을 만들어내 환자 치료가 끝나면 그 복제인간을 죽이는 길을 열 것”이라는 오해와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인간복제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줘야 했다. 생명복제 연구에 대한 막연한 사회적 불안과 공포는 정확한 과학 지식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물론, 그의 연구는 인간복제가 아닌 세포복제일 뿐이라는 사실을 강연과 신문지면을 통해 알렸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비난 여론은 그대로였다. 마음고생에 연구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황 교수는 그럼에도 진정한 생명윤리를 고민했다. “복제연구는 난치병 치료의 열쇠를 제공해 고통 받는 사람을 구해주고 사회비용을 줄이는 진정한 생명윤리”라며 그는 “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생명의 노래를 그린 김병종 교수.
그리고 이 생명공학 연구가 21세 ‘바이오 코리아’를 향한 거대한 출발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간 ‘감자바우’ 촌놈이란 걸 은근히 자랑으로 여긴 최재천 교수. 그는 졸지에 진짜 촌놈(?)인 황 교수와 나란히 글을 쓰려니 홀연 자괴감이 든다고 엄살을 피우며 얘기 보따리를 풀어헤친다.

자칭 문학 소년이 생각 없이 이과로 편성돼 재수 끝에 동물학과에 2지망으로 턱걸이해 붙은 사연 등 공부와 담쌓고 살던 그가 하루살이 권위자였던 미국 교수를 천사로 맞이하게 되면서 동물사회학자로 태어나는 계기가 흥미롭다. 1주일 넘게 미국인 교수의 조수가 돼 전국의 개울들을 뒤진 청년 최재천. 미국 교수가 돌아가기 마지막 날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 때문에 우리나라까지 오셔서 관광도 한번 못하시고 물에만 첨벙거리고 가시나요?”
“하루살이를 연구하러 전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당신 나라는 백두 번째 나라입니다.”

그 순간, 최 교수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참 팔자 좋게 놀고먹는 영감님도 있구나’했던 생각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단다.
알면 사랑한다는 생명관을 가진 최재천 교수.
이후 그는 어려서 멱을 감던 고향 강릉비행장 옆 냇물로 ‘귀소본능’이 느끼게 됐고, 생명 그 자제였던 강릉을 향해 다시 대관령을 넘었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그는 “알면 사랑한다”며 “자연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점점 자연을 사랑하게 돼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한없이 행복한 촌놈”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김병종 교수는 선적(禪的)인 단상들을 붙여 생명에 대한 회화들을 대거 책에 실었다. “생명있는 것들은 저희들끼리 삶을 노래한다. 차별이 없고 사람은 들을 수 없는 노래를” 등 생명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그림과 짧은 글을 담아 가슴으로 전한다.

'나의 생명 이야기’
황우석 최재천 김병종 지음 / 1만1천원
효형출판 펴냄





황우석 교수와 불교생명윤리 부다피아 홈페이지 가기<---이곳을 클릭하세요 ^ ^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4-12-19 오후 7:54: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