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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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불교의 산하, 아프가니스탄
다시 보는 [일지스님의 감춰진 불교이야기]

아프가니스탄 불교미술의 보고인 바미안 석굴 전경.
뉴욕 테러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인류의 고뇌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비극과 통한의 땅이 되고 말았다. 그 누구도 이 악몽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지금, 불교시대의 아프가니스탄을 생각한다. 지금은 최첨단 무기로 둘러싸여 있지만 이슬람시대 이전은 불교의 학문과 예술로 불교의 휴머니즘이 꽃피어나고 동ㆍ서양을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이미 아쇼카왕 당시부터 불교 포교사들이 파견되었다. 비교적 최근에 속하는 1949년과 1958년에는 불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아쇼카의 칙령, 정법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마애법칙이 아프가니스탄의 람파카와 칸다하르에서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되었다.

그리고 서기 1세기 중엽 쿠산왕조의 쿠쥴라 카드피세스가 캐슈미르와 카불일대를 통치하면서 서북인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불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특히 쿠산왕조의 제3대 황제 카니시카는 승단을 적극 후원하여 4차 결집을 행했으며 잘랄바바드는 이웃한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와 함께 간다라불교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신라 혜초 스님은 바미얀 대불 앞으로 지나갔으며, 중국의 현장 스님도 바미얀 대불을 바라보며 구법의 의지를 다졌다. 바로 그 불교의 산하에 이슬람의 폭풍이 몰려오기 시작한 때는 투르크족 노예출신인 알프테긴이 카불을 점령하고 가즈니에 이슬람왕조를 세운 962년이다. 977년 알프 테긴(Alp tegin)이 죽고 그의 사위, 사복 테긴(Sabuktigin)이 즉위하여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정복하면서 불교는 이슬람의 폭풍 앞에서 사라져갔다. 997년 사복 테긴의 아들 술탄 마흐무드는 매우 광신적인 이슬람의 물결을 일으켰으며 그 결과 불교는 마흐무드의 통치기간이 끝나는 1030년을 최후로 아프가니스탄의 산하에서 떠나야 했다. 그러나 불교는 문화와 예술을 남기는 종교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아프가니스탄의 계곡에 산재한 불교유적지들을 뒤지던 유럽인들은 찬연한 불교예술품을 찾아낸다. 그들은 거의 도굴꾼 수준이었지만 1933년 영국의 찰스 매슨은 카피시의 옛 불탑에서 황금과 보석으로 장엄된 비마란의 사리용기를 찾아냈다. 이 사리용기는 지금 대영박물관에 수장되어 있다. 그뿐인가. 베그람의 도성지, 핫다의 유적, 쇼토라크의 유적, 바미얀에서는 불교시대의 지혜와 평화를 증언하는 불상과 벽화, 귀금속으로 조성된 엄청난 성보문화재와 법구들이 쏟아져 나와 전 세계의 박물관으로 흩어졌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책상 위에 놓여진 카불국립박물관의 옛 도록집(1975)을 바라보는 나는 또 한가지 불행한 예감을 감출 수 없다. 지난 3월 파괴된 바미얀 대불은 물론 간다라 불교예술을 소장하고 있던 카불박물관의 불교문화재들이 모두 파괴되어 버리거나 약탈되어 암시장으로 흘러 다니고 있다. 이곳이 전쟁터로 변한다면 이번 세기에 벌어진 가장 대규모의 불교문화유산의 파괴, 인류의 문화유산 파괴로 기록될 것이다.

더욱이 아직 위치조차 파악되지 않은 옛 불교사원의 유적과 발굴을 기다리는 성보문화재들이 셀 수 없이 많아서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아프간뿐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는 중앙아시아의 여러 지역들 예를 들어 쿠챠, 투르판, 코탄과 같은 옛 불교왕국들이 언제 어떻게 이슬람의 물결에 사라져갔는지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왜 <화엄경>의 고향, 코탄의 불교도들은 962년 이슬람을 몰고 온 카랴한 왕조로부터 불교를 지키기 위해서 41년의 전쟁을 치르고 소멸해버렸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왜 이 모든 패배를 침묵 속에서만 기억하려고 하는가.
故 일지 스님 |
2004-12-14 오전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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