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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 스님 원적 후 해외 포교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도 12월 7일 불교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숭산 스님이 입적한 후 외국인 제자들을 어떻게 안고 나가는가가 관건”이라며 “화계사 주지 성광 스님에게 국제선원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월 10일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만난 숭산 스님 맏상좌 대봉 스님(대전 무상사 조실ㆍ사진)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외국인 제자 중 가장 먼저 숭산 스님의 법을 이어받은 스님은 미국 켄터키주립대학 경영학 교수를 지내다 1977년 숭산 스님을 만났다. 이 후 신도로 미국 프로비던스 선원을 7년 동안 다니다 84년 34세에 숭산 스님을 은사로 스님이 됐다. 대봉 스님은 출가 후 결제를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다.
대봉 스님은 “전 세계 선원은 크게 아시아, 미국, 유럽 세 권역으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미국 권역은 대광ㆍ성향ㆍ우광 선사가, 유럽 권역은 우방 선사가, 아시아 권역은 제가 중심이 돼 운영합니다. 미국 프로비던스 선원장인 대광 선사가 이 세권역의 연결점 및 중심점 역할을 합니다”라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조직돼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만약 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화계사 국제선원장인 현각 스님이 처리한다. 사안이 큰 경우 출재가를 막론하고 대봉ㆍ무심 등 6명의 선사들이 논의해 처리한다는 것이다.
숭산 스님이 외국인 불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한 ‘관음선종’은 재가자의 승복 착용과 지도법사나 선사의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다음 한국불교를 접하기 때문에 ‘현지 토착화’를 위한 방편이다. 또 승속을 막론하고 누가 얼마나 깨달았는지가 중요하다는 숭산 스님의 지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숭산 스님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봉 스님은 종단에 바라는 것이 있는냐는 것에 대해선 “동안거 결제가 끝난 다음 이야기 하겠다”고 답했다.
은사 숭산 스님에 대해 묻자 “할!”이라는 대답을 돌려준 대봉 스님에게 “스님은 깨달았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곧바로 “당신은 누구입니까(Who are You)?”라고 되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I don't know)”라고 답하니, 스님은 대답에서 ‘나(I)’를 빼고 ‘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이라고 정정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