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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렇게 멍하니 서서 받는 게 아냐, 달려 나오면서 점프를 해야지.”
박경숙(28) 코치의 지시대로 지그재그로 달리던 선수들은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머리로 공을 받았다.
나연이가 공을 높이 올렸다. “선미야, 여기!”
선미가 가볍게 공을 받아 넘기자 나연이는 “아프지 않냐”며 빙긋이 웃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5시간의 맹훈련을 강행하고 있는 이들은 비록 체격은 왜소했지만 남자선수들 못지않게 진지한 표정과 빠르고 다부진 몸놀림이다.
이들을 만난 것은 12월 초순, 칠포해변의 갯바람이 매서운 포항 흥해읍의 한 인조잔디구장에서였다. 12월 15일 창단을 앞두고 있는 진각종 종립 위덕대(총장 한재숙) 여자축구팀의 붉은색 트레이닝복 상의 위로 'UIDUK Univ'라는 대학마크가 선명하다. 위덕대 축구팀은 올해 경희대 여자축구팀이 해체되면서 국내 유일의 4년제 대학 여자축구팀이 됐다.
불교계에서는 정규팀은 아니지만 마산의 천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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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구장 오른편으로 약 5m 간격을 두고 라보콘(플라스틱으로 된 둥근 기준점) 8개가 깔렸다. 공을 드리블하면서 좌우로 달려 나가는 연습이다.
“야! 양쪽 발을 다 써야지, 한발로만 끌고 가면 그게 훈련이야?” 지켜보던 박 코치가 성에 차지 않았는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이렇게, 이렇게 하란 말이야” 국가대표 5년차인 그녀의 능숙한 솜씨에 선수들의 탄성이 새나왔다. 맏언니 정아가 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구호를 외쳤다. “위덕! 위덕! 파이팅!”
곧 슈팅 연습이 시작됐다.
“그렇게 허리를 뻣뻣이 세우고 차니깐 공이 뜨잖아, 공을 끝까지 쳐다봐.” 안 감독이 초롱이에게 소리쳤다.
“왜, 발 앞꿈치를 들어? 그냥 쭉 뻗으란 말이야.” 공이 ‘둥근’ 이유처럼 가다듬어지지 않은 선수들의 몸놀림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공은 골대 안보다 옆으로 새나가는 경우가 더 흔했다. 초롱이가 다시 한번 힘껏 공을 걷어 올렸다. 공은 골문을 지키던 현수의 가슴께로 정확히 적중했다. “그렇지” 감독의 짧은 한마디에 초롱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8명의 선수를 이끌고 있는 안경호 감독이 여자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독일에서 지도자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98년에 남녀상비군 감독을 맡으면서 부터. 그가 신생 위덕대의 감독을 맡게 된 데에는 대학측의 전폭적인 후원약속이 크게 작용했다. 더구나 자신이 불교집안에서 성장한 불자라는 점도 끌렸다. 위덕대는 내년 상반기 7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조 잔디 구장을 캠퍼스 내에 만든다. 불자가수 김흥국 씨도 기꺼이 팀의 홍보위원을 맡아주기로 했다. 안 감독은 “내년 목표는 3강”이라고 밝혔다.
위덕대 축구팀 식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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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전문대에서 편입한 김정아(21ㆍ중앙공격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오른쪽 정강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운동을 계속해 국가 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접지 않고 이곳으로 왔다. 정아는 “수술 후 내 자신을 이기지 못할까봐 두려웠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이겨냈다”며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충주 예성여고를 졸업하는 이미해(19ㆍ수비수)는 안 감독의 기대주다. 나이는 어리지만 고교급 선수 가운데 최고 실력이라는 평이다. 불자인 홍명보와 김두현을 좋아 한다는 그녀의 목표도 국가대표다.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요즘 세대답게 “그냥 재미있고, 내가 좋아하는 거라서”라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위덕대가 불교대학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미애는 “불교는 아직 잘 몰라요, 절이든 어디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겁게 운동하고 싶어요”라며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훈련의 마지막 코스인 ‘패싱게임’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반씩 팀을 나누고 각자 상대팀에 공을 뺏기지 않으려 사력을 다했다. 안 감독과 박 코치의 주문이 다양해졌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좀더 적극적으로 뛰라는 감독의 독촉이 계속됐다. 훈련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쁠 지경이었다. 그러나 안 감독은 쉴 새 없이 선수들을 다그쳤다. “이 훈련의 목적이 뭔지 몰라? 실전에서 상대의 수비를 제치고 순식간에 치고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멍하니 있는 놈들은 뭐야! 움직여 더 빨리, 더 빨리!” 전 후반 15분씩을 뛰는 선수들은 벌써 땀에 푹 젖은 모습이었다. 코끝이 시릴 정도로 매서운 겨울바람이 무색했다. 이들에게 축구는 자신과의 싸움이서 이겨야하는 수행과도 같아 보였다.
아직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 더 많이 남은 이들이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Bend it like beckham)’의 주인공을 꿈꾸며 ‘내일’을 향해 강슛을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