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가 실시한 ‘우수 환경도서 공모전’을 계기로, 새만금 사업과 천성산 고속철 관통반대 등 환경운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불교계가 관련 도서 출간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총 256종의 도서 중 92종이 우수도서로 선정된 이번 공모전에서 불교 관련 도서는 천성산 고속철 관통 반대를 위한 지율 스님의 단식 일지를 정리한 <지율, 숲에서 나오다> 한 권뿐. 기독교계가 <생태주의자 예수> <하느님 지구에 119를 보내주세요> <기독교 생명윤리> 등의 책을 출품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모전 결선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은 “그 누구보다 친환경적인 삶을 살았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개하는 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2002년 9월 이후 출간된 불교 관련 환경 서적이라곤 <발우공양>(정토출판)과 <사찰환경의 보존을 위한 법률적 방안>(경서원)을 비롯한 2~3권뿐이다.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이 발간한 <음식물쓰레기줄이기 외국사례모음>, <쓰레기 제로> 등은 일반도서가 아닌 자료집 형태로 발간돼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경교육원은 “올해 내로 일반 가정에서 ‘쓰레기 제로 운동’을 실천한 결과 사례집,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에 관한 내용도 책으로 펴낼 예정”이라며 “하지만 이 역시 경제적 여건 상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료집 형태로 출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불교계 출판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누적된 경영난과 얼어붙은 출판 시장 때문에 그나마 일정한 수요가 있는 스님의 법문집이나 경전류를 제외하곤 출간 자체를 꺼리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율 스님의 <지율, 숲에서 나오다>와 새만금 사업 반대를 위한 ‘삼보일배’의 의의를 정리한 <새만금,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도 불교계 출판사가 아닌 일반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김소장은 “오늘날 인디언들의 생태적인 삶을 다룬 책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그 어느 종교보다 친환경적인 삶을 살았던 우리 스님들의 삶을 다룬 책은 아직 단 한권도 출간되지 않았다”며 “이제 이슈를 좇는 환경운동에서 벗어나 불교적인 환경, 생태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책을 출간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