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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갑작스러운 뇌동맥류 파열로 뇌사상태에 빠진 김상진 씨는 서울 구룡사 신도인 어머니 박기월(53) 씨와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 모범적인 불자.
그런 그가 29일 새벽 5시쯤 서울 신당동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오른쪽 머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어 인근 순천향병원에 후송됐으나 결국 뇌사를 선고받았다. 평소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김씨의 신념에 따라 심장과 간장 등 장기와 각막을 환자 7명에게 기증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따르면 뇌사에 빠진 뒤 장기를 기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 동안 심장사나 노환으로 인해 숨진 뒤 시신이나 각막을 기증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뇌사상태에 빠지면 혹시 살아날 것을 걱정해 장기기능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김 씨의 가족들 역시 반대 의견도 있었으나, 김 씨의 어머니 박 씨는 “살아생전 장기기증을 서약한 아들의 뜻을 존중하고 싶다”고 해 기증이 이뤄졌다.
김 씨가 장기기증을 서약한 것은 대학에 다니던 1999년. 어머니 박 씨가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내 죽은 육신이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면 기꺼이 장기를 보시하겠다”며 장기기증과 각막기증을 서약, 이에 아들 김 씨도 뜻을 함께했다.
박 씨는 “아들은 군복무 중에도 각종 질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헌혈을 많이 해 대한적십자 표창도 여러 번 받았을 만큼 사랑이 많은 아이였다”며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지만, 아들의 일부가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져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는다”고 밝혔다.
또 “아들 역시 생명을 나누고 떠나 편히 눈감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23일이 상진이의 생일이라 동짓날인 21일 구룡사에서 팥죽을 대중공양해 아들의 뜻을 기리겠다”고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김상진 씨의 장기 중 심장은 확장성 심근증을 앓고 있는 박모(45)씨에게, 췌장은 소아형 당뇨로 투병중인 임모(44)씨에게, 간은 급성간부전증 환자 이모(31)씨에게 각각 이식됐다.
또한 각막은 박모(20)씨 외 1명, 신장은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윤모(34)씨 외 1명에게 한쪽씩 이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