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 각종 공연과 전시회는 예전보다 눈에 띄게 풍성해 졌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란 표방아래 우리의 전통 문화는 이제 국제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음악, 미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불교문화를 세계로 나가 알리는 예술가들과, 외국에 살면서 불교를 소재로 불교예술의 심오한 의미와 향기를 현지인에게 포교하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국제문화포교사'들이다.
■ 해외 거주하며 '불교'를 작품 소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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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여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불 원로화가 방혜자씨(67).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61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현재에 이르고 있다. 회화 외에도 벽화와 색유리화, 판화에 관한 공부를 두루 했고, 1970년 이후 서울 프랑스 뉴욕 스위스 독일 스웨덴 벨기에 등지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소란스런 현실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작품들은 산사에 정좌한 고승의 자태를 느끼게 해준다. 이런 정중동의 작품 분위기 때문일까. 1990년대 초 파리 송광사 분원 길상사가 문을 열때 법정 스님이 법당의 후불 탱화로 방씨의 '삼라만상' 추상화를 장엄하기도 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왕성한 해외 전시는 계속되고 있다.
독일에 거주하며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활동중인 조각가 한기늠씨(52). 그는 전통 불상조각과는 달리 선정(禪定)에든 구도자의 모습을 표현해 "불교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자신이 직접 구도여행에 나서 인도 순례길에 오르기도 했으며, 20여년간의 꽃연구가에서 새로운 예술세계로 선회, 유럽 유학길에 올라 이탈리아 인도 등지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여 왔다.
미국 워싱턴시 조지 타운대 문범강 교수(49)는 '참나'를 발견하겠다는 갈망속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그 의미들이 다분히 불교적이다. 예를 들어 '참나'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자신의 잘린 머리를 바라보는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여기에 오목 거울을 바라보는 작은 불상을 배치한 오브제를 사용했다. 1980년 도미해 미국 매릴랜드 대학원에서 뒤늦게 미술 공부를 시작한 문 교수는 '주인공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관하라'는 한마음선원 대행 스님의 가르침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3×3인치'의 작은 그림으로 유명한 재미설치미술가 강익중 씨(44).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국내와 미국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4년 미국 휘트니 미술관에서 백남준씨와 선보인 전시 '멀티플 다이얼로그' 는 세계의 극찬과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97년에는 '영어로 배우는 부처'를 통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았으며, 현재 열리고 있는 광주 비엔날레에서는 유화로 그린 부처 3천349개를 3.4m 높이로 쌓아올린 '삼라만상 2004'를 선보였다.
스님이 무용을 한다? 주인공은 바로 30여년간 하와이에서 무용 포교를 하고 있는 자은 스님(하와이 불은사 주지)이다. 지난해 1월 로스앤젤레스(LA) 윌셔이벨극장에서 열린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 무용대공연'에서 창작무용 '번뇌'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 국제무대로 진출하는 문화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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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공연하며 해외 불교문화 포교의 큰 가능성과 현지인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고 온 동희 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이수자). 2002년, 동희 스님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매사추세츠 등 7개 주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법현 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이수자, 동국대 국악과 교수)도 해외 영산재 포교의 일등공신이다. 범패 음악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www.pompae.or.kr)를 개설한 스님은 1996년 캐나다 하드보컬리지 영산재 공연 이후 총 30여회 가까운 해외 공연을 치렀다.
"온라인상에 4개국어로 운영되는 범패사이트가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각국의 민속음악 전문가들이 그것을 보고 연락해 초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문화 포교를 위해서는 온라인 상에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는 것도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법현 스님은 내년 2월 오스트리아 비엔나, 7월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각각 초청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해외 포교는 비단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 전시가 활발한 미술인으로는 조각가인 박찬수·박찬갑 씨와 선화가 성륜·동성·원성 스님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박찬수 목아박물관장(55·중요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가)은 일본에서 많이 알려진 작가다.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의 야외민족박물관 '리틀 월드' 개관 20주년 기념 초청전을 가졌다. 그의 일본 전시는 두 번째 자리다. 2002년에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2개월간 일본의 월드컵 개최 5개 도시를 순회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 당시 목조미륵 반가사유상의 모작(模作)은 우리나라 원형을 보여줬다는 절찬을 받았다. 또 올해 5월에는 프랑스 파리국제박람회 100주년 기념으로 초청받아 파리 베르사이유 국제박람회장에서 퍼포먼스와 3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조각가 박찬갑씨(65)도 터키 비엔날레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미국 스웨덴 페루 프랑스 등에서 20여회의 초청전을 열며 주로 해외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4년만에 서울 인사동에서 '첩첩층만'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진 선화가 성륜 스님. 수묵 달마에 채색을 입혀 일반인들도 거부감 없이 달마도를 감상할 수 있는 대중화에 노력해 왔다. 이런 성륜 스님의 인기는 미국에서 더 높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의 전시를 통해 한국 선화의 맛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동성 스님(마산 봉국사 주지)은 '한 송이 연꽃이 되어' 라는 주제로 수 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깨달음과 자유의 달마도'를 발표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행사에 맞춰 불교의 공(空) 사상과 축구공을 퓨전화 시켜 일본과 중국 등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현재 영국에 유학중인 동승의 작가 원성 스님. 해외전시는 주로 2001년에 이루어 졌는데 첫 전시인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대사관 초청전에 이어 두 번째 전시는 대만 불광산사에서, 세 번째는 중국 상하이 국제 아트페어에 참가해 '동승'의 이미지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