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4.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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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론’ 제창한 조애나 메이시
(세계의 여성 수행자) 불교 생태학 토대 마련
불교 생태학을 바탕으로 시스템이론을 제창한 조애나 메이시(오른쪽).
“점점 커지는 동심원 속에서 나는 살아가네. 그 원은 온 세상에 닿아있네.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마지막 원에 나는 전 존재를 바친다네.”(<넓어지는 동심원> 중에서)

불교생태학의 토대를 일군 미국의 조애나 메이시(74·Joanna Macy)는 수행자이자 심층 생태학자, 사회운동가로서 현재도 정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의 자서전 <넓어지는 동심원(Widening Circles)>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이 얻은 하나의 마음을 온 세계로 회향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저술과 강연을 쉬지 않고 있다.

1929년 LA에서 태어난 메이시는 대학시절 다양한 사회운동을 경험한 탓으로 평생 불교의 사회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64년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난민을 돕던 그녀는 티베트불교를 접하게 된다. 돋보이는 인품과 덕행으로 불교의 정수를 전해주던 프레다 베디(Freda Bedi)가 첫 번째 스승이었다.
이 무렵 그녀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던 중 ‘나’라고 집착하던 것이 본래 없다는 ’무아(無我)’를 체험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이 내가 이전에 생각해왔던 방식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해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나 자신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늘 존재한다고 믿었던 나라는 것이 인습이고 허구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넓어지는 동심원> 중에서)

메이시는 이후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선불교를 배웠으며, 티베트의 쵸갈 린포체(Choegal Rinpoche)로부터 밀교를 사사받는 등 특정 종파에 상관없이 다양한 수행을 접하면서, 그 깨달음을 사회로 회향하기 시작한다. 메이시의 불교사회운동의 서막은 78년 아이켓 선사와 함께 불교평화우의회를 설립한 일이다.(현재는 자문위원)

이 해 메이시는 시라쿠스 대학에서 연기론과 심층생태학을 접목한 논문 <연기법과 시스템이론>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불교생명운동의 이론적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서였다. 이로부터 그는 전세계를 무대로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강연과 워크숍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이듬해 그는 아리야라뜨네 박사가 이끄는 사르보다야 운동을 배우기 위해 포드재단의 기금을 받아 스리랑카로 떠난다. 1년간의 현장 체험은 <다르마의 개발 : 사르보다야 운동에서 보이는 자원으로서의 종교>란 역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기 위한 메이시의 노력은 일명 ‘사회적 신비주의’라고 불리는 ‘모든 존재들의 의회’를 제창하게 했다. 이를 테면 인간이 산에 무엇인가를 하려면 그 산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과 산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용과 파괴를 해왔던 인간의 행위를 반성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명운동을 강조한 우화적 이론이었다.

메이시는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이 세상을 ‘나의 연인’ 또는 ‘나 자신’으로 보자고 역설한다. 이 세상을 선악의 대결장으로 보고, 자신이 선(善)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한 오만불손한 공격성에 쉽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생명과학을 통해 드러난 시스템이론은 인류의 오래된 가르침들이 옳았음을 증명한다. 즉 지구는 살아있으며, 마음은 없는 곳이 없으며, 모든 생명체가 이웃이라는 가르침이다. 이러한 자각은 우리는 과연 누구이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관념들을 변화시켜 소중한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믿음을 준다.”(‘살아있는 시스템(Living Systems)’ 중)

연기론을 강조하는 메이시의 ‘일반 시스템이론(Genneral Systems Theory)’은 세상을 나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모든 것이 인드라의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기에 세상이 아프면 내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 때 세상을 내 몸처럼, 내 연인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모든 존재로 향할 때 숲속의 나무를 지키려고 전기톱에 맞서 나무에 몸을 묶을 수 있으며,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그린피스(국제적인 환경단체)의 보살들이 목숨을 걸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생명을 사랑하는 나의 자아는 점점 녹색 자아가 되어간다”고 표현했다.

메이시의 시스템이론의 통찰로부터 지구에 대한 우리의 관념마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정의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 대표적이다. ‘가이아’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가리키는 말로서, 지구를 뜻한다.

1978년 영국의 과학자 J.러브록이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주장한 이 이론에 따르면,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로서,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 현재 이 이론은 인류의 생존과 직면한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애나 메이시는 시스템이론을 토대로 핵위기 시대의 심리학적 정신적 문제들, 생태론적 각성, 불교와 현대과학의 결과론적 공명(共鳴) 등을 주제로 광범위한 연구와 강연활동을 펼쳐왔다. 그의 그룹 연구는 정신적 각성과 사회적 변화의 상호관계에 주목한 것이었다. 치료 기법을 사용한 그의 연구는 사람들의 절망과 무관심을 변화시키고 지배적인 사회적, 생태적 위기들을 건설적, 협동적인 행동으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지난 20여년 동안 수 만명의 사람들이 그의 워크숍에 참석했으며, 그의 방법론은 교육, 노동 현장, 풀뿌리 민주주의 등 인접주제의 포럼에서도 채택되어 사용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불교생태론자인 메이시는 특히 핵물질로 인한 피해지역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절망에 공감하고, 그들 스스로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반핵운동을 벌여왔다. 인류의 공멸을 가져오는 대량 살상무기의 재앙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모든 생명체의 적은 인간의 ‘힘’임을 절감했다. 세상을 파괴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이 힘은 인류가 공통으로 처한 난국과 현대과학의 발전으로부터 나오는 ‘만인의 힘’이었다. 그리고 선과 악의 두 얼굴을 한 이 힘은 우리 내면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질문을 구할 때, 우리 안에 이미 갖춰진 내면의 답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메이시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4-12-08 오후 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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