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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스는 11월 16일자 보도에서 "20여년간 구 소련과의 전쟁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훼불, 미국의 침공 등으로 대부분 파괴되거나 유실됐을 것이라 추정됐던 이 유물들이 25년전 안전한 지하 수장고로 옮겨진 후 비밀리에 보관돼 왔다"고 밝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미국지리학회) 전문가들과 박물관 직원들은 화장지와 신문지 등에 쌓여 카불의 지하 수장고에 보관돼온 2만2513여점의 유물 리스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바미안 석굴의 프레스코 벽화와 불상을 비롯해 2세기경 쿠샨왕조때의 정교한 상아조각, 알렉산더대왕 당시의 금화와 은화, 알렉산드리아 등대를 그린 3세기 유리병, 왕관과 청동상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보물들이 25년간 철저한 ‘비밀’ 속에 묻힌채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무명 큐레이터들의 사명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소련의 침공 당시 박물관 큐레이터들에 의해 몰래 감춰졌던 이 보물들은 소련의 통치가 끝나고 무자헤딘(이슬람 무장세력)의 공세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던 1988년 카불 교외 및 정부청사 지하실 등으로 옮겨졌으며, 이 작업을 당시 하급직원이었던 오마라칸 마수디(현 카불박물관장)이 맡았다. 이들의 예상대로 카불박물관은 1992년 친소 모하마드 나지불라 정권이 무너진 후 이슬람 세력간의 내전이 발발했을 당시 파괴됐다.
이 작업에 동원된 큐레이터들은 문화재 약탈 소문이 무성할 때도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왔고, 그들 중 일부는 무덤까지 그 비밀을 갖고 떠났다. 유물 상자 겉에는 ‘이 상자를 개봉하기 위해서는 밀봉하며 서명했던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작은 딱지가 붙어 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미국지리학회) 회원이자 옥스퍼드 대학 교수인 프레드릭 히버트는 “큐레이터들의 용기가 이 유물들을 살렸다”며 “그들은 진정한 영웅들”이라고 평가했다.
이 유물들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8월이었지만, 유물의 수와 내용물이 공개된 것은 11월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와 미국 국립인문재단(NEH)에 의해서이다.
한편 유물 리스트가 세상에 공개되자 유네스코 측은 이미 오래전 지하 수장고에 보물들이 보관되고 있음을 알았지만, 박물관이 파괴되고 보안 시설도 전혀 마련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보물이 노출될 경우 유실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