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6.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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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 이스 러브(What is love)?"에 빠진 도올
숭산 스님과 도올 김용옥의 첫 만남

숭산 스님(오른쪽)을 만나 비로소 불교의 세계에 눈뜬 도올 김용옥.
지난 11월 30일 입적한 숭산 스님과 도올 김용옥의 첫 만남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숭산 스님을 뵙고 비로소 불교의 광대한 세계에 눈을 뜬 도올은 그의 동양철학적 세계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도올의 불교관을 잘 보여주는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통나무)에서 발췌한 숭산 스님과 도올의 첫 만남을 소개한다.

"홧 이스 러브(What is love)?"

베키의 간청에 못이겨 캠브릿지 젠센타의 한구석에 꾸그리고 앉아 숭산의 달마톡(법문)을 듣는 순간, 나는 언어를 잃어버렸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동안 나의 식(識)의 작동속에서 집적해왔던 "객끼"(客氣, 커치)가 얼마나 무상한 것인가를 깨달았던 것이다. 한 인간의 수도를 통해 쌓아 올린 경지는 말과 말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몸과 몸으로 전달될 뿐이다(이것이 바로 나의 "몸철학의 느낌 인식론"의 대과제이다). 몸과 몸의 만남은 언어가 없는 것이기에 거짓이 끼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 순간, 최소한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니 그는 해탈인이었던 것이다. 그의 얼굴속에는 위압적인 석굴암의 부처님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골목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땅꼬마"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몸의 해탈의 최상의 경지는 바로 어린애 마음이요 어린애 얼굴이다. 동안의 밝은 미소, 그 이상의 해탈, 그 이상의 하나님은 없는 것이다.

숭산은 결코 거구는 아니라해도 작은 덩치는 아니다. 당시 오순중반에 접어든(1927년, 평북선천 기독교가정에서 태어남) 그의 얼굴은 어린아이 얼굴 그대로였다. 그의 달마톡은 정말 가관이었다. 방망이를 하나 들고 앉아서 가끔 툭툭 치면서 내뱉은 꼬부랑 혀끝에 매달리는 말들은 주어동사 주부술부가 마구 도치되는가 하면 형용사명사구분이 없고 또 전치사란 전치사는 다 빼먹는 정말 희한한 콩글리쉬였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영어의 도사인 이 도올이 앉아들으면서 그 콩글리쉬가 너무도 재미있어 딴전볼새없이 빨려들어갔다는 것이다. 그의 콩글리쉬는 어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언어의 파우어를 과시하고 있었다. 주부-술부가 제대로 들어박힌, 유려한 접속사로 연결되는 어떠한 언어형태도 모방할 수 없는 원초적인 (crude) 박력을 발하고 있었다.

그의 달마톡이 다 끝나갈 즈음, 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가 쓰님에게 물었다. 내기억으로 그 여자는 하바드대학 박사반에 재학중인 30전후의 학생이었다.

"홧 이스 러브(What is love)?"
숭산은 내쳐 그 여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 것이었다.
"아이 애스크 유, 홧 이스 러브?(I ask you: what is love?)"

그러니까 그 학생은 대답을 잃어버리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숭산은 말하는 것이었다.
"디스 이스 러부(This is love)."

그래도 그 여학생은 뭐라 할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학생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동안의 숭산은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 것이었다.
"유 아스크 미, 아이 아스크 유. 디스 이스 라부(You ask me: I ask you. This is love)."

인간에게 있어서 과연 이 이상의 언어가 있을 수 있는가? 아마 사랑철학의 도사인 예수도 이 짧은 시간에 이 짧은 몇마디 속에 이 많은 말을 하기에는 재치가 부족했을 것이다. 나는 숭산의 비범함을 직감했다. 그의 달마톡은 이미 언어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국경도 초월하고 있었다. 오로지 인간, 그것 뿐이었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4-12-08 오전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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