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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사는 인생, 쉽게 풀릴까?"
<이렇게 들었다> 수능시험 부정행위
“어떤 사람은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악행을 하고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뉘우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뽐내고 자랑하는 것이, 마치 돼지가 항상 더러운 것을 먹고 더러운 곳에 누워 있으면서 다른 돼지 앞에서 뽐내는 것과 같으니라.” <증일아함경>

“감명깊게 읽은 책이 뭡니까?” “여성잡지요.”
한 국책은행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이 ‘어이없는 대답’의 주인공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 모든 이들이 선호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한 유력인사로부터 “아들내미 합격시켜라”는 인사청탁을 받은 이 은행의 인사부장은, 면접도 보지 않고 집에 가버린 ‘귀한’ 핏줄 자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면접 행차까지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난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위층 취업청탁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모 국책은행의 경우 신입직원 50%가 고위 공무원 출신 자제라는 소문, 이들 중 몇몇은 채용공고가 나기 전부터 합격자 명단에 포함된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부모 잘 만난 덕에 난세(亂世)의 모진 바람에도 호사를 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이들에겐 난관을 뚫고 목표에 골인하는 희열 따윈 중요치 않다. 오직 눈부신 결과만 갈구할 뿐이다.

문제는 이 같은 ‘쉽게 사는 인생’을 닮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수능 시험을 부정으로 치른 학생들에겐 다른 이유가 없었다. 명문대를 나와야 세상살이가 쉬워진다는데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정행위가 잘 살 수 있는 한 방편이었다고,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지 몰랐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4-12-04 오전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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