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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다른 그들의 신을 만나다
[매일신문 이경달 기자 2004-12-03 14:30]

▨이름이 다른 그들의 신을 만나다/김나미 지음/고즈윈 펴냄 종교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인간이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종교는 인간의 나약함을 덜어주고 위로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

혼자 견디기 힘든 시련을 겪을 때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종교를 지칭하는 영어 ‘religion’은 ‘다시’라는 re와 ‘잇다’는 의미 ligere의 합성어다.

신과의 관계를 다시 이어 그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찾고 있다.

그러나 종교라는 이름 아래 수없이 행해진 전쟁과 테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같은 조상을 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중동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남아 있다.

전쟁이나 테러의 밑바닥을 보면 거기엔 종교의 갈등이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다.

보스니아와 체첸에선 이슬람과 러시아 정교회가 대립하고 있다.

종교전문 취재 작가인 저자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내것은 옳고 네것은 그르고 악하다’는 발상을 들고 있다.

“전쟁 당사자들은 침략을 강행하며 흔히 신의 뜻, 해방, 세계평화라는 명분을 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이해관계가 우선이다.

전쟁의 당사자들은 하늘이 무척 노여워하고 있음을 알기나 할까.” 저자는 이러한 이기적인 발상을 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신과의 끈은 무엇일까. 그들의 신은 진정 그들과 이어져 있는 것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종교 순례를 떠난다.

저자는 열두명의 각기 다른 종교인을 만난다.

이슬람, 수피즘, 정교회, 바하이 신앙, 힌두교, 유대교, 남방불교, 자이나교, 콥트 기독교, 라마교, 퀘이커, 조로아스터교 등 다양한 신앙 공동체들이 활동하는 곳을 찾아 다녔다.

첫번째 방문지는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이란 표현으로 호전적 종교로 알려진 이슬람. 서울 이태원의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만난 예배 인도자 파룩 이맘을 통해 이슬람의 어근이 평화를 뜻하는 아랍어 ‘쌀람’에서 비롯되었으며 모든 무슬림은 평화를 사랑하고 있지만 소수 과격 근본주의자들 때문에 이슬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스탄불 문화원 원장인 터키인 차아르 세이맨에게서는 영적으로 풍요롭게 생활하는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즘의 가르침을 배운다.

이어 저자는 서울 아현동에 있는 비잔틴 양식의 성 니콜라스 정교회 성당을 방문한다.

이곳에서 러시아 대사관 일등서기관이자 독실한 정교회 신자 막심 볼코프의 생활을 보고 깊은 신앙심과 사랑을 간직할 수 있다면 종교 내의 분열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는다.

대학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덴튼 포드를 통해서는 기독교 다음으로 전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 있는 바하이 신앙을 독자들에게 소개해 준다.

저자는 세계는 한 국가이며 인류가 그 국민이라는 현시자 바하올라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또 미 8군 영내에 있는 유대교 회당 시나고그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브레트 옥스만 랍비를 만난 저자는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를 기다리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보며 중동의 피비린내 나는 분쟁이 멈추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미얀마 노동자들의 정신적 지주 남방불교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삶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줄여 주는 것이라는 배움을 얻는다.

자이나교를 통해서는 비폭력, 불살생, 무소유의 가르침을 배우고 이집트 기독교 콥트교에서는 이집트 내에서 국교 이슬람과 조화를 이루며 공생하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함석헌 선생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그의 사상 전파에 힘쓰고 있는 미국인 톰 코이너를 만나서는 퀘이커 신앙의 가장 두드러진 점이 평화사업임을 알게 된다.

결국 저자는 2년여 간에 걸친 순례를 통해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사랑과 평화’라는 결론을 얻는다.

“깊이 느끼고 보니 모든 종교의 핵심 가르침에는 사랑과 평화, 깨달음의 메시지가 함께 하며 모든 종교에서 찾은 뿌리는 하나였다”고 말한다.

긴 순례의 끝에서 ‘다름 안의 같음’을 깨달은 저자는 “종교에서 내것, 네것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며 사랑과 평화라는 믿음이 지켜질 때 이 지구에 작은 평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2004-12-04 오전 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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