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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문화재 환수 전문인력 키워야"
한국문화재 20만점 이상 해외에
일본 가쿠린지(학림사)가 도난당한 아미타삼존도.
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국내 절도범이 일본 효고(兵庫)현 가쿠린지(鶴林寺)에서 훔쳐 반입한 고려불화 아미타삼존도의 반환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법의 ‘선의취득’ 조항을 들어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절도범이 반입한 아미타삼존도

현존하는 고려불화는 130여점. 대부분이 일본에 있으며 한국에는 10여점만이 남아있다. 국보 제218호 아미타삼존도(리움박물관 소장), 보물 제1048호 지장시왕도(호림박물관 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고려불화는 정교하고 치밀한 묘사, 완성도 높은 구도와 장엄한 분위기로 세계적인 미술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1991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한 점이 176만 달러에 팔렸을 정도. 절도범이 반입한 고려불화 아미타삼존도 역시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수작이다.

일본 측은 도난당한 아미타삼존도를 되찾아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1월 10일 가쿠린지의 특사로 정광균 씨가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한 데 이어, 시게마츠 스님(대흥방 주지)이 천태종 특사 자격으로 11월 25일 방한해 도난사건에 대한 수사 진척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가쿠린지와 한국과의 역사적 친밀성을 강조하며 아미타삼존도가 약탈문화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등 반환 불가 여론을 삭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쿠린지 측은 아미타삼존도가 1477년과 1700년, 1938년 등 3차례에 걸쳐 수리됐다는 기록을 근거로 “임진왜란(1592년) 훨씬 이전에 우호적으로 도래한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아미타삼존도는 국내 반입 후 4~5차례 주인이 바뀐 끝에, 최종 구매자가 대구 어느 사찰에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기증받은 사찰은 도난당했다고 주장,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이홍훈 부장검사는 “불화를 보관중인 사람이 정상물품으로 알고 있었다면 ‘선의취득’의 원칙상 소유권이 인정된다”면서도 “법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내릴 수 있는 것이며 국제적인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협약(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은 “불법적으로 이전된 문화재의 경우 회수 및 반환에 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며, 요청국은 선의의 매수인이나 문화재의 권리자에게 공정한 보상을 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리만으로 사건을 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불화 권위자인 동국대 정우택 교수는 “선의의 취득 규정만을 적용해 돌려주지 않는다면 해외소장자가 앞으로 문화재 공개를 기피해 연구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한일 문화재 교류가 불가능해짐은 물론, 불법적으로 유출된 문화재를 되찾아 오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검찰이 문화재청, 박물관 등 관련 기관과 불화 처리 방안을 의논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사안이 더욱 중요한 까닭은 일본이 한국 문화재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공식 확인한 일본 소재 문화재만도 3만4천여 점으로, 1만7천여 점의 미국, 7천여 점의 영국보다 훨씬 많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약탈해간 것으로 앞으로 환수돼야 할 문화재이므로 한·일간 문화재 분쟁은 잦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우연한 기회에 손에 들어온 문화재’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버리기보다는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재 환수 어떻게 되고 있나

해외에 있는 문화재의 수량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7만4천여 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박물관(미술관)에 전시된 것만 계산에 포함한 것으로, 수장고에 방치돼있거나 개인이 소장한 문화재들은 누락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 있는 문화재가 20만 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를 돌려받는 방법은 기증, 구매 등이 있는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환수된 우리 문화재는 3천5백여 점에 불과하다. 1994년 9월 김영삼 대통령과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사이에 ‘고속철도’를 계기로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10년이 지나고 고속철도가 달리고 있는 지금까지도 반환은커녕 고문서 반환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는 것만 봐도 문화재 반환이 녹녹하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현재 문화재 환수 업무를 맡고 있는 주무부서는 외교통상부. 문화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문화재 분포 실태와 문화재 반환을 위한 외교 협상사례 분석 등을 담아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를 찾아>라는 책을 펴낸 문화관광부 문화비전추진연구단의 조부근 과장은 “문화재 환수 협상은 고난도의 게임인데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전문인력 양성과 전문 기관(부서) 신설 그리고 연구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일제 때 일본은 경찰을 동원해 문화재를 조직적으로 반출했다”며 “1천400여점만을 반환키로 한 1965년 한일협정은 분명 불평등협정인 만큼 바로잡아야한다”며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일본은 개인소장자가 박물관에 기증할 때, 타 기관으로 이전을 금해달라는 조항을 삽입했음을 빙자해 반환이 가능하지 않게 조장하고 있다”며 “문화재 환수를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한다”고 조 과장은 강조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4-12-03 오후 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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